젊음이 찾아오는 집, 이아

2023. 11. 25. 01:03입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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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 된 지 반년이 지났다. 하루하루가 이제 지루하지 않다. 게으름 피우고 노는 것에 시나브로 숙달됐다. 오늘은 저녁 시간을 베프와 호방하게 보냈다. 굳이 옛일을 말하지 않아도 마음은 과거의 청춘이 됐다. 누군가 '지금, 여기, 함께 있는 당신'이 최고라고 했다더니 그런 것 같았다.

'화청궁'을 나오면서 ○○이 입가심하자고 했다. 보통 때는 손사래를 쳤을 텐데 다들 호응했다. 취하거나 기분이 들떠야 가능한데 둘 다인 갑이다. 맥줏집까지 1.5km. 어두운 골목길을 지나고 횡단보도를 건너 느릿느릿 걸었다. 줄지어 섰지만 늘 혼자인 가로등의 불빛이 희뿌옇고 자동차들이 엉금엉금 기어가는 것처럼 보일 때쯤 '이아' 간판이 환하게 눈에 들어왔다. 낯설었다. 아주 가끔 출입했지만, 고개 들어 간판을 본 기억이 나지 않았다.

주인이 ○○을 알아보고 좌석을 안내했다. 이아는 십여 년 전 주점을 열면서 붙인 상호다. 그리스의 어느 마을 이름이다. 주인이 그곳을 여행할 때 영감받은 사연이 있을 듯하다. 이아는 수 많은 음반과 유튜브를 활용해 손님들에게 음악 & 영상을 서비스한다. 테이블당 다섯 곡으로 제한하고 좌석당 한 곡씩 돌아가며 공평하게 틀어준다. 좋아하는 곡을 들으며 맥주를 즐기면 음악 주점이 인기를 끌던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 이아는 젊음이 내 가슴으로 찾아오는 집이었다. (2023.11.15.)

용학로 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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