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19. 00:10ㆍ입맛
백화점 앞에서 친구들과 만나기로 했는데 삼십 분 일찍 도착했다. 마침 행상 트럭에서 진영 단감을 팔고 있어 구경했다. 아주머니들이 주로 사 갔고 가끔 아저씨도 샀다. 소쿠리의 단감을 검정 비닐에 담아 들고 갔다. 트럭에는 손 글씨로 5,000원 가격표를 붙여 놓았는데, 장사꾼은 큰 녀석을 따로 골라 진열해 만 원에 팔았다. 소비자들은 오천 원짜리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만 원짜리만 사 갔다. 오천 원은 미끼에 불과했다. 15분 만에 스무 바구니 정도 팔였는데, 남은 단감은 줄어든 기색이 없다.
장사꾼은 의기양양했다. 그는 한 바구니를 팔 때마다 우수로 한 개를 주었다. 어떤 아저씨에게는 두 개 주었다. 아저씨가 떠난 후 지켜보던 내가 오지랖 넓게 왜 두 개 주었느냐고 참견했다. 장사꾼은 "어제 사 간 아저씬데 오늘 또 왔으니 한 개 더 넣었다"라고 했다. 장사꾼 나름의 의리(?)를 갖추었다. 그는 단감은 진영 단감이 최고라면서도 창원 북면 단감도 좋다고 덧붙였다. 그 외 지역의 단감은 진영을 따라올 수 없다고 말했다. 진영이 낙동강 하류에 위치한 데다 기후와 풍토가 단감 재배에 제격이라고 자랑했다. 나도 한 소쿠리 사고 싶었지만, 친구들이 다 모이는 바람에 그에게 인사만 하고 헤어졌다.
진영 단감은 김해를 대표하는 특산물이다. 약 백 년 전쯤 1927년 당시 진영역장 요코자와 씨가 일본에서 단감 백 그루를 들여와 처음으로 심었다. 토양과 기후 조건 등이 알맞아 재배에 성공하자 주변으로 퍼져나가 진영 명물이 됐다. 지금은 일본으로 역수출까지 한다. 일반 감과 단감의 차이는 탄닌(떫은 맛을 내는 성분)의 함량 차이이다. 완전히 익지 않은 감은 탄닌이 많아 떫지만, 단감은 탄닌이 거의 없어 덜 익어도 떫지 않다. 진영 단감은 달고 아삭해 사람들이 좋아한다. 나도 어느 한 부분이라도 단감처럼 맛있게 익고 싶다. (202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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