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 19. 10:57ㆍ입맛
토담은 흙으로 쌓아 만든 담이다. 도시에서 정겨운 흙담을 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장삿집은 상호로 그것을 상징하여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일까. '국산콩 순두부 토담'이라는 수수한 간판을 보니, 시골집 흙담을 넘어오는 구수한 냄새가 연상됐다. 주위에 식당이 많았지만, 어릴 적 고향 큰집이 떠올라 문을 열고 들어갔다.
신발장엔 신발이 빼곡하고 바닥에도 어지러이 놓여있다. 점심때라 홀에는 빈 탁자가 없어 앉은뱅이 좌석이 있는 방 안에 앉았다. 종업원이 알루미늄 용기에 든 냉수를 가져왔다. 밝은 표정의 종업원이 말 한마디라도 친절하게 대하니 친밀감이 든다. 손님이 많아 조금 기다려야 했다. 배추김치, 가지나물, 취나물, 계란찜, 마른 생선볶음, 풋고추 무침 등 정갈한 밑반찬이 나온 후에 순두부와 밥이 놓였다. 집사람은 토담 순두부, 나는 차돌육개장 순두부다.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으며 김이 솔솔 올라오는 순두부가 먹음직스러웠다. 입맛보다 눈맛이 먼저 안다. 구수한 내음도 입맛을 당겼다. 숟가락으로 국물 맛부터 보니 쇠고깃국 맛에 순두부의 부드러움이 입에 딱 맞았다. 폰사진을 찍는 동안 집사람이 토담 순두부를 맛보고는 맛있다고 해 한입 먹어보니 순두부 특유의 부드러운 콩 향과 구수함이 입안을 가득 퍼진다. 육개장 순두부와 토담 순두부가 서로 맛이 다르면서도 부드럽고 맛깔스러웠다. 평소 더러 가는 ○○○순두붓집은 부드러우나 감치는 맛이 적고, □□순두붓집은 맛깔스러우나 부드러움이 약하다고 느꼈는데 '토담'의 순두부는 두 맛이 어울려 내 입에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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