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리 화분을 분갈이하다

2022. 9. 19. 11:32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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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화제작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을 새벽까지 몰아보기 하여 자는 둥 마는 둥 하고 일어나 친구 농장에 갔다. 습관적으로 1 농장으로 차를 몰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보이던 것이 보이지 않아 순간 썰렁했다. 살림살이와 장비들이 빠진 자리가 횅하고, 블루베리 나무를 파낸 자리는 이가 빠진 듯 허하다. 멧돼지가 또 들어와 새집 마당을 잔뜩 뒤집었다.

비록 친구 소유물이지만 정든 농장. 가끔 일손 돕기를 하면서 고되게 일하는 부부를 보고 "골병들기 전에 그만 팔아치워라"고 말해 왔다. 막상 팔고 나니 그간의 쌓인 땀에 아쉬운 마음이 든다. 이천 평 농장을 십여 년 넘게 온 힘을 쏟아온 친구 부부는 오죽 서운할까 싶다. 친구를 기다리다 전화하니 씩씩한 목소리로 "2 농장에 있다"고 말한다.

부인들은 수확이 끝난 고춧대를 뽑아 미처 못 딴 고추와 나물 무칠 이파리를 땄다. 남자들은 블루베리 화분을 분갈이했다. 앞으로 블루베리를 계속 맛보려면 분갈이에 신경 써야 한다. 분갈이 용토로 피트머스와 펄라이트, 쇠똥 거름, 왕겨, 영양제 퇴비 등 다섯 가지를 적절히 배합해 삽으로 고루고루 섞었다. 응어리진 쇠똥 거름은 깨어 가루로, 피트머스는 발로 밟아 분말처럼 만들었다. 화분을 바꾸면서 잔뿌리도 꼼꼼히 살폈다. 분갈이 후 물을 듬뿍 주니 산뜻하고 시원스레 보였다. 사용하고 남은 분갈이 용토는 재활용하려고 드럼통에 넣어 봉했다. 이사(移徙)하면서 널린 자재까지 제자리를 찾아 옮겨 놓으니 깔끔해진 환경에 기분마저 업됐다. 근로의 참맛은 몸의 뿌듯함과 마음의 상쾌함에 있다. 해질녘에 작업을 마치면서 "농장이 이제 하나뿐이니 이름을 짓자"고 하니 영문이 "청락 농장(淸樂: 청도에서 즐거움을 누린다)이 어떤노?"라기에 유쾌하게 웃었다. 작명은 추후 짓기로 했다. (9.18. with 인산,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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