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님 맞은 아침
2023. 9. 11. 13:13ㆍ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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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눈을 떠 고래등같은 집을 짓다가 부숴버렸다. 소용없는 일인 줄 알지만, 몽상은 아침마다 반복된다. 문득 정신을 차리려고 벌떡 일어나 차를 몰고 경산시 사직단으로 갔다. 삼성현공원 한 곁에 비교적 높은 언덕바지에 자리 잡은 그곳에서 일출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가는 날이 장날인가, 구름이 잔뜩 껴 일출이 없었다. 해를 보지 못했지만, 훤히 밝아졌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 아니다. 컴컴할 때 못 본 코스모스가 날이 밝자 해맑게 웃었다. 꽃 무리 속을 조심스레 헤쳐 들어가며 "오늘 처음 본 당신, 안녕" 인사했다. 해님 대신 꽃님 맞은 아침이다.
가을 하면 벌써 나는 언제든지 코스모스를 생각한다. 그 가는 허리, 상글상글한 잎, 무엇을 그리워하는 처녀의 눈동자 같이 빠안짝 피어나는 꽃, 그 꽃은 봄철에 본대도 가을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방정환, 추창만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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