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 4. 11:16ㆍ입맛
지인 넷이 연락이 닿았다. 세 사람이 직장을 퇴직해 백수가 될 때, 자영업 하던 한 사람은 아들에게 업체를 물려주고 백수가 되었다. 이 중의 두 사람은 지난해 자녀에게 칠순 선물로 그랜저와 벤츠를 각각 받았다. 새 차를 타고 전국을 쏘다녔는지 그동안 연락이 뜸했다. 과거, 나는 좀 물렁물렁했고, 셋은 성품이 부드럽지만 강단도 있었다. 공통점은 반주를 좋아한다. 반주를 즐기는 이들은 커피숍보다는 주점 겸 밥집이 맞다. 평소 함께 다녔던 '손복자할매낙지'에서 만났다. 미팅을 축하하듯 소낙비가 내렸다.
약속 장소에 가려고 지하철을 내려 대합실을 빠져나오니 C가 우산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집에서 나설 때는 맑았는데 오는 동안 비가 시작된 모양이다. C는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우산을 들고 왔다. 함께 우산을 쓰고 갔는데 기다려 준 情이 정말 고마웠다. 감사는 곧 참소주로 이어졌다. 오랜만에 만난 터라 새 소식이 쌓였다. A는 북유럽 여행을 다녀왔고, B는 즐겨하던 스포츠댄스의 모임을 탈퇴했고, C는 왕년에 겪었던 인간관계 갈등을 설파했다.
낙지전골을 앞에 놓고 재밌고 은근한 대화가 끝나지 않았는데, 이모님이 퇴근하려고 빨리 가주면 안 되느냐고 물었다. 다른 손님들과 달리 지체 없이 일어서니 함박웃음을 지었다. 식당에서든 집에서든 여자 말 잘 들으면 모두가 평화롭다. 하하.
식당을 나오니 비가 그쳤다. 들뜬 기분이 채 가시지 않아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 못다 들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도 밤이 깊어 다 듣지는 못했다. (2023.9.2. with: ㅇ수,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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