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경흥사에서
2023. 8. 31. 08:18ㆍ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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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집에만 있으니, 시간이 멈춘 듯하다. 점심을 먹고 경흥사에 바람을 쐬러 갔다. 동학산 경흥사는 659년(신라 무열왕 6)에 창건한 천년 고찰이다. 임진왜란 때 불탔으나 그 이후 연대 미상 재창건하였다. 일제 강점기에는 임란 때 승병을 양성했다는 이유로 갖은 박해를 당했다. 36기 고승의 부도가 파괴되었고, 17세기 조성한 수미단 불단의 화려한 부재가 4/5나 뜯겨나갔다.
현재는 1644년 조성한 대웅전의 목조석가여래삼존좌상이 보물로, 명부전의 일부 남은 수미단 부재가 경북 문화재자료로 지정되어 있다. 수미단 부재가 일제에 의해 훼손되지 않았다면 국보급 불교 공예품으로 남았을 것인데 안타깝다. 부수고 버려진 고승의 부도 일부는 수습해 6기를 부도밭에 모셨다. 고승의 혼일런가, 딱새 한 마리가 비를 맞으면서도 부도에 의연히 앉아 있다.
사위가 산으로 둘러싸인 경흥사는 인적이 없어 빗소리조차 조용하다. 비를 피하려고 종무소 처마 밑에서 낙숫물 방울을 망연히 바라보고 있자니 마치 여기에서도 집에서처럼 시간이 멈추는 듯했다. 웅숭깊은 천년 고찰의 위엄인지, 중생의 가벼운 마음인지…. (2023.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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