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28. 08:53ㆍ일상다반사
까만 눈동자가 별처럼 반짝반짝하는 률이는 일곱 살, 성정이 명랑한 아이다. 과자나 초콜릿, 인스턴트 식품 대신 떡이나 고구마, 옥수수 따위를 즐겨 먹는다. 개구쟁이여서 워낙 뛰어놀아 먹는 만큼 살이 붙지 않아 내 품에 안으면 폭 안긴다.
얼마 전,
률이는 엄마와 공부하다가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엄마가 "바보"라고 한마디 했다. 다음날 아이가 엄마에게 말했다.
"나중에 엄마가 할머니 돼 모르는 거 있으면, 나도 '바보'라 할 거다."
유치원에서 어린이들에게 장래 희망을 물었다. 대다수 아이가 경찰, 의사,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했다. 률이는 '회장'이 되겠다고 했단다. 선생님이 무슨 회장 하려느냐고 되물었는데 률이 대답이,
"회사 회장 되어 돈 많이 벌겠다."
다니는 유치원에 공부 잘하는 예쁜 여자아이가 있는 모양이다. 률이가 반했는지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ㅇㅇ는 예뻐서 X도 누지 않을 거야. 그지?"
지난해,
바닷가에서 률이가 낚시꾼의 낚싯대를 대신 잡았다. 낚시꾼이 아이를 기쁘게 해 주려고, 잡아둔 물고기를 꿰어 당기라고 했다. 물고기가 딸려 나오자, 낚시꾼이 거짓 환호하며 아이를 칭찬했다. 그러자 률이가 낚싯대를 돌려주면서,
"이건 아니잖아요."
투숙한 호텔 37층에서 잠자던 률이가 심야에 깨어보니 함께 있었던 엄마, 아빠가 없었다. 당황해야 할 아이가 옷을 갈아입고 로비에 혼자 내려가 프런트 직원에게 말했다.
"삼촌, 아빠를 찾아주세요."
오늘은,
할아버지 하면서 뛰어들 것만 같아 나는 현관문을 열어놓고 온종일 바라봤다. (2023.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