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30. 09:20ㆍ일상다반사
사는 아파트 앞에 30여 층 되는 새 아파트가 들어섰다. 공사가 거의 끝나 외벽 도색 중이다. 산책하면서 고공에 매달려 페인트칠하는 작업자를 봤다. 위험한 데도 일하는 모습이 너무나 스무드해 멋져 보였다.
1975년 전역 후 공사 현장을 전전하며 막일했다. 한국은행 경산조폐창에서 막일을 하다가 그해 가을, 영천 군인아파트 신축 공사장에 페인트공으로 일하게 됐다. 모자와 얼굴과 옷에 페인트가 묻어 몰골이 엉망이었지만, 일반 데모도(조력공)보다 일당이 높아 만족했다. 그 당시 아파트는 5층이 가장 높았고, 창호가 모두 목재였다. 페인트공들은 방문과 창, 외벽에 알맞은 칠을 했다. 그때는 안전 장구 없이 운동모자만 쓰고 일했다. 외벽이나 창틀에 매달릴 때 오야지(책임자)의 "조심해"라는 한마디가 안전장치였다. 외벽 칠을 할 때도 밧줄과 엉덩이를 받치는 송판이 전부였다. 5층이었기에 망정이지 요즘처럼 고층이라면 엄두를 못 낼 일이다. 일당이 조금 높았던 이유가 위험수당인 셈이었던 것 같다.
30층 넘는 새 아파트의 외벽 칠을 하고 내려온 작업자는 안전모와 안전화, 엑스밴드, 안전벨트 등을 갖추고 있었다. 추락 방지를 위해 당연히 착용해야 할 안전 장비가 믿음직했다. 오십 년 전 잠시 페인트공을 한 경험으로, 이들을 보면 고향 까마귀 보듯 반가운 친근감이 든다. 공사 현장 일을 계속했다면 아직까지 칠을 하고 있으리라는 상상을 해본다. 페인트공의 힘들고, 외롭고, 위험한 작업을 백번 이해하면서 진심으로 안전을 기원한다. (2023.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