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29. 08:57ㆍ입맛
남천 가까이 무더위를 식혀주는 마고 포레스트 카페. 한 번씩 들리는 커피숍이다. 천장이 높아 눈맛이 시원한 데다 가운데가 2층까지 통으로 뚫려 ㅡ비록 인조목이지만ㅡ 자작나무가 심겨 있어 운치가 있다. 아메리카노를 받아 들고 집사람과 저녁 식사를 할 겸 자작나무 숲길을 밟아 2층으로 올라갔다.
널따란 한 곁에 피자와 파스타를 먹을 수 있는 공동 숍 인 숍(shop in shop)인 '화덕원'이 있다. 마고 카페의 이색적 특징이다. 전용 좌석에 설치된 키오스크 피시로 고르곤졸라 피자와 마고 샐러드를 주문했다. 서빙 직원이 한 사람 있었지만, 로봇이 음식을 배달했다. 인건비를 줄이려는 경영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키오스크나 로봇이 사용자나 근로자 눈에는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궁금하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마뜩잖다. 가격이 높은 데도 물과 수저, 피클 등을 셀프로 이용해야 하니 그저 즐겁게만 바라보이지 않는다. 정겨운 서비스가 사라진 셈 아닌가. 아무튼 화덕에 구워낸 피자는 테두리가 두꺼웠으나 먹을 만했고 샐러드는 신선해 구미가 당겼다.
처음 커피숍이 생겼을 때, 사오천 원하는 커피가 부담스러웠는데 지금은 내성이 생겨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 거기다 커피전문점에서 베이커리까지 취급하니 이용자의 지갑이 갈수록 얇아진다. 다방이라는 수수함이 카페라는 화려함으로 변모했으니, 시대가 확연히 변한 것이다. 이용자들은 담아온 빵을 다 먹지도 않은 채 풍성한 미소를 지으며 대화한다. 여유 있고 세련돼 보인다. 사회가 발전하는 덕분에 나도 헌 옷을 벗지 않고도 새 옷을 입은 척할 수 있는 것이다. 옛것이 아쉽지만, 다들 새것에 맞춰 살아간다. (2023.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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