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25. 10:17ㆍ입맛
밤새 비가 내리더니 날이 밝으니 그쳤다 내리기를 반복한다. 처서가 지나면 매미가 울음을 그친다더니 약속이나 한 듯이 동시에 소리가 뚝 그쳤다. 세상에 나올 때는 따로따로 와서 떠날 때는 한날한시에 가버리다니 불가사의하다. 매미 대신 풀벌레가 그 소리를 이어받는다. 무심코 느끼는 자연의 질서가 신비하다.
비가 그쳐 우산도 없이 집을 나와 옛 동료를 만나려고 지하철을 탔다. 열 정거장을 이동해 밖을 나오니 비가 내린다. 드넓은 하늘이 겨우 10km도 되지 않을 거리에서 모습을 달리한다. 이 또한 신비하다. 어느 학자는 신비함을 느끼는 데서 사색이 시작한다고 했는데 아둔한 내가 그럴 리야 없다. 처연하게 나리는 비를 맞으며 '또이스치킨찜닭'에 도착했다.
대구는 여느 도시보다 닭 요리가 앞선다. 치킨 프렌차이즈 업체가 여럿이다. 지인은 또이스찜닭이 90년대 초 문을 연 오랜 업소로 안동찜닭과 닭도리탕 중간 맛이라고 했다. 잡채를 추가해 주문한 찜닭이 커다란 접시에 담겨 나왔다. 입맛 당기는 비주얼이었다. 처음에는 "이걸 어떻게 다 먹지" 싶었으나 남자 셋이 먹기에 조금 모자랐다. 잡채를 먹고 나니 남은 살코기가 생각보다 적었다. 밥을 한 그릇 주문해 자박한 국물에 비벼 나누니 그제야 알맞았다. 순살 순한 맛 또이스찜닭은 먹을 때 달콤했고 식후에는 매콤했다.
비가 그치길 기다리며 투썸에서 시간을 보냈으나 겨울비처럼 추적추적 계속 내렸다. 어둠 속의 빗줄기가 불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별이 고인 물에 떨어지자, 맴을 돌았다. (2023.8.24. widh: 중원, 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시작: 하루 수백 톤씩 삼십 년 이상 방류할 예정. ◇ 러시아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그룹 수장, 전용기 추락 사망. 미 정보기관은 의도적 폭발로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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