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7. 14. 12:09ㆍ입맛
동호인 네 명이 함께 점심을 먹었다. 한 분이 수술 후 정양(靜養) 중이라 마땅한 식당을 찾다가 최근 대백프라자 11층 식당가에서 개업한 '전복마을식당'이 떠올랐다. 전복은 바다 산삼이라는 별칭답게 영양이 높아 보양식으로 선호하는 식품이기에 예약부터 했다.
식당이 청결해 보여 마음이 놓였다. 알고 보니 안심식당 인증 음식점*이었다. 인물 좋고 태도가 정겨운 젊은 사장의 메뉴 소개에, 익힌 음식인 전복죽과 생 음식인 전복회 덮밥 두 가지를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는 동안 궁금했던 근황을 주고받았다. 건강재아(健康在我)라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병은 노크하고 들어오지 않으니, 늘그막에는 아픈 것이 제일 두려운 것이다. 그나마 일찍 회복한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종업원이 음식을 가져와 식탁에 조용히 놓았다. 반짝반짝 윤이 나는 놋쇠 그릇에 담긴 4찬 1국의 한상차림이다. 푸짐했다. 죽과 밥이 암컷 전복으로 만든 부드러운 초록이다. 수컷이라면 황백색일 것이다. 우리는 회 그릇에 초고추장을 치고 밥을 쓱쓱 비벼 밥알 하나 남김없이 깨끗이 비웠다. 바닷냄새가 입안을 선하게 만들었다. Y 선생은 수술 후유증으로 조금 남겼다.
전복은 포식자로부터 방어할 무기가 없다. 오직 껍데기를 방패 삼아 빼어난 위장술로 해암에 착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고 버티는 수비형 생물이다. 우리 같이 늘그막 삶과 비슷한 생태를 가졌다. 그래도 고급 식자재로 대접받으니, 나의 노후도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살아야 한다. 음식 놓고 별스러운 생각까지 하니 실없는 者일지 모르겠다. 오늘 식사가 그분께는 보약이 되었으면 생색일까. (2023.7.12. 동호인들과)
* 안심식당 인증 음식점 : 덜어 먹기 도구 비치 제공, 위생적 수저 관리, 종사자 마스크 착용을 준수하는 식당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안심할 수 있는 식당으로 지정하는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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