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27. 10:24ㆍ일상다반사
꽃이 땅에 떨어져 고아한 정취를 자아내는 벚꽃과 이팝 꽃, 동백, 장미, 은행잎, 단풍잎들은 메마른 가슴을 지닌 사람에게도 시심(詩心)을 부추기곤 한다. 벚꽃이 지고 나니 이팝나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며칠 전부터 가로수에 하얀 꽃이 봉긋 부푼 솥 밥처럼 풍성하더니, 팝콘 터지듯 땅으로 쏟아졌다. 마치 흰 눈이 내린 듯해 걸음이 조심스럽다. 오래전 사월 초파일, 합천 황매산 등산을 가다가 가회면 오도리에서 큰 나무를 만났다. 하얀 뭉게구름 같은 게 이팝나무꽃이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이팝나무는 낙엽수의 한 종으로 교목*이다. 꽃이 이밥(쌀밥의 사투리)을 닮았다고 해서 이팝나무로 불린다고 한다. 여름이 시작하는 5~6월에 꽃이 많이 피면 풍년이 든다는 속설이 전한다. 꽃이 피어도 벌과 나비가 날아들지 않는다. 이팝나무 특성을 따 입하목(立夏木), 천기목(天氣木), 기상목(氣象木)이라고도 불린다.
우리나라에서 인공 증식에 성공해 공해에 강한 나무여서 가로수로 많이 심는다. 이십여 년 전쯤 앞산 공원 도로를 따라 처음 가로수로 심어지는 것을 본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꽃이 피는 시기가 4~5월쯤이라 보릿고개 시절 배고픈 사람들 눈에 하얀 꽃이 쌀밥처럼 보여 쌀나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이제는 쌀이 남아도는 시절이다. 아릿한 추억을 부르는 이팝 꽃을 보면서 빙그레 미소가 머금어지는 아침이다.
* 교목(喬木): 줄기가 곧고 굵으며 높이가 8미터를 넘는 나무. 수간(樹幹; 나무의 줄기)과 가지의 구별이 뚜렷하고, 수간은 1개이며, 가지 밑부분까지의 수간 길이가 길다. 소나무, 향나무, 감나무 따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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