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21. 15:12ㆍ일상다반사
학창 시절 상(賞)은 개근상, 우등상, 노력상, 표창장이 전부였던 것 같다. 개근상은 학교를 꼬박꼬박 나오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상이었고, 우등상은 성적이 좋아야 하기에 선망의 대상이었다. 흔히 개근상은 우등상보다 낫다고 했지만, 어디까지나 열등생을 위로하는 말이었다.
군 복무 시절, 표창을 처음 받아봤다. 우등상 받는 것 같아 감개무량했다. 그 느낌으로 충실하다 보니 표창을 한 번 더 받았다. 표창장을 주신 분은 훗날 *** 대통령 경호실장이 되었다. 오래돼 색이 바랜 그때 표창장은 아직도 가슴 설레게 하는 나의 소중한 자산 1호다.

사회에 나와서도 표창을 과분하게 받았다. 직장에서는 아무 공적도 없이 상 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열심히 일하고도 상을 타지 못하는 사람이 허다했다. 상을 탐내는 사람이 있어 얽히고설켜 불공정하게 수여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쥐꼬리만 한 계급을 달고부터는 명예 욕심 따위를 버렸다. 함께 일하는 성실한 직원들에게 그것이 돌아가야 한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은퇴하고 또 세월이 흘렀다. 머릿속에서 상(賞)을 잊은 지 오래됐다. 그런데 어제 동호회 모임에서 예상하지 못한 감사장을 받았다. 한 송이 꽃과 박수가 덤으로 따라왔다. 연초에 집행부가 변경될 때 인계되는 자료가 많아 일 처리에 지장을 주었다. 그 고민을 해소하려고 40년간 활동 자료를 모두 스캔해 USB에 저장하고, 원본 자료는 보존이 용이하도록 6권의 도서로 묶었다. 작은 수고에 불과한데 집행부에서 고맙다며 감사장을 준 것이다. 본래 상은 공(功)을 권장하는 데 쓰인다. 그래서 이것은 오히려 감투(敢鬪) 정신을 발휘해 달라는 요청일지 모르겠다. 이제 현역도 아닌데 부탁인 줄 모르고 냉큼 받았으니 부담이다. 에고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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