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아귀탕과 매콤한 주꾸미볶음

2024. 1. 6. 04:52입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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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원한 아귀탕
일주일에 오 일은 점심을 사 먹는다. 집밥은 물리지 않는데 외식은 이따금 싫증 난다. 입맛 당기는 대로 옮겨 다니지만, 식당마다 특색있다. 밥이나 밑반찬, 국이 천차만별로 다르다. 요즘은 식대도 만만찮아졌다. 9,000원 하던 짬봉이 11,000원 되었는데 드나드는 손님이 변함없으니 나만 주머니가 빈약한가 싶어 기죽는다. 그런 데도 정오가 되면 식당 순례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

며칠 전 가끔 가는 식당가에 ‘김도은의 아구요리집’ 간판이 눈에 띄었다. 식당 많은 곳이라 그동안 눈여겨보지 못했다. 아구는 아귀의 경상도 사투리, 인천에서는 물텀벙이, 다른 말로는 안강(鮟鱇) 또는 안강어로 불린다. 요리는 생아귀나 말린 아귀를 주재료로 하여 콩나물을 넣고 찜이나 탕을 한다. 찜은 얼큰하고 쫀득해야 제맛이고 탕은 시원해야 알짜배기다. 탕은 시원해서, 찜은 감칠맛이 진해 소주와 궁합이 맞다. 점심이어서 아구탕을 주문했다. 뚝배기보다 장맛이라고 꾸밈없이 수수한 식당이었지만 탕은 백m 심해에서 올라온 것 같은 깊은 국물 맛이 일품이었다. 단골집 복어탕보다 사천 원 더 비쌌다.

상화로 183. 김도은아구요리집 아구탕.



2. 매콤한 주꾸미볶음
주꾸미는 서해안에서 군 복무를 한 덕분에 일찍이 그 맛을 알았다. 처음에는 낙진가 문어 새낀가 헛갈렸지만, 잡기는커녕 먹기만 했기에 그리 궁금해하지 않았다. 한때는 삼겹살과 조합해 ‘쭈삼’으로 인기 끌었다. 요리로는 볶음이 선호도가 높다. 별미로 라면 끓일 때 주꾸미를 넣어 먹기도 한다. 대부분 사람이 쭈꾸미라고 부르지만, 쭈꾸미는 된소리이고 주꾸미가 표준어다.

집에서 가까운 ‘만복이 쭈꾸미 낙지볶음’에 갔다. 몇 년 만에 갔더니 조금 넓은 옆으로 이사해 있었다. 주차장이 넓고 손님들도 꽉 들어차 명실공히 맛집으로 자리 잡았다. 낙지 메뉴도 있었으나 이(齒)가 튼튼하지 않아 육질이 부드러운 주꾸미볶음을 순한 맛으로 주문했다. 철판에 미나리와 버섯, 파를 깔고 양념한 주꾸미가 올려져 있어 맛나 보였다. 종업원의 “손대지 말라. 익으면 비벼주겠다.”라는 말이 아주 친절하게 들렸다. 볶음은 숯 냄새가 향긋 나면서 감칠맛이 깊었다. 이슬 여사와 정담을 나누면서 밥 한 그릇을 볶아 남기지 않았다. 식당을 나서면서 늘 그렇듯이 같이 먹을 사람들이 떠올랐다.

경산로 185. 만복이쭈꾸미낙지볶음의 쭈꾸미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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