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챌린지(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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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딸 결혼식
서울에서 하는 잔치에 다녀왔다. 옛 직장 후배 딸의 결혼식이다. 돌잔치 때 본 어여뻤던 아이가 아름다운 공주로 변신해 멋진 왕자님을 만났다. 결혼식 내내 미소와 웃음을 잃지 않는 신부가 정말 행복해 보였다. 신랑·신부의 앞날에 사랑이 가득하길 축원한다. 후배 부부가 자식 농사를 잘 지었다는 생각에 결혼식을 마치고 다시 한번 축하 인사말을 건넸다. 자식 잘되는 것만큼 뿌듯한 행복은 없다. 돌아와 집사람에게 결혼식장 분위기를 전했더니 내 일 같이 좋아했다.행복이 무엇일까.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은 자주(自主), 자족(自足) 속에 있다'고 했다. 고금의 성인들도 '행복은 자기 안에 있다'고 설파한다. 이 한두 문장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데 평생이 걸렸다. 욕심(₩)을 높이 쌓아놓고 계속 더 쌓으려면 바빠서 행복..
2024.11.27 -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영화 '청춘의 십자로'
지난 22일(금) 대구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방화 를 감상했다. 시니어클럽 K 선생의 연락을 받고, 내심으로 옛날 영화는 시시할 텐데라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막상 영화를 보니 선입견과 달리 너무 재미있었다. 는 흑백 무성영화다. 무대 스크린 오른쪽에 등장 배우들의 대사와 영화 속 분위기를 해설하는 변사가 자리하고, 왼쪽에는 배경음악과 효과음을 담당하는 악대 -콘트라베이스, 아코디언, 바이올린, 전자 피아노- 연주자 4명 그리고 뮤지컬 배우 남녀가 시의절하게 출연해 열창한다. ◇제작연도: 1934년◇제작사: 금강키네마◇각본/감독: 안종화◇출연: 이원용, 신일선, 김연실, 박연, 양철, 문경심◇개봉: 1934.9.21. 조선극장◇상영시간: 80분영화는 1934년 경성, 서울역에서 수하..
2024.11.26 -
이마트 스시(초밥)를 먹으며
밤 10시, 세꼬시나 순대, 족발을 사려고 이마트에 갔다. 한 개도 남김없이 다 팔려 매대가 싹 비었다. 이 시간쯤에는 할인율이 높아 가끔 샀는데 오늘은 닭강정마저 싹쓸이됐다. 금요일에다가 주변에 새 아파트가 완공돼 입주민이 늘어난 탓이지 싶다. 하는 수 없이 원하는 안주는 아니었지만, 세 개 남은 스시 중 하나를 들고 왔다. 그나마 할인율이 40%여서 샀다. '참' 한 병 안주로 양이 많았다. 잔반을 남겨두려니 집사람이 매정하게 다 먹으란다.스시(すし, 초밥, suhsi)는 동남아에서 중국을 경유해 벼농사 재배와 함께 일본으로 전해졌다. 그때는 생선의 창자를 빼내고 쌀밥을 채워 무거운 돌로 눌렀다가 간을 맞추는 나레즈시로 불리는 옛 형태였다. 숙성돼 먹을 수 있을 때까지 반년 이상 기다려야 했다. 빨리..
2024.11.25 -
단체 행사는 '피에스타'
여름부터 동기회 총무가 송년회 장소를 물색했다. 작년보다 고물가로 싼 곳을 알아보다가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했다. 하는 수 없이 매년 이용하던 G 호텔을 예약했다. 장점은 홀이 넓고 대중교통이 편리하다. 단점은 식대에 비해 음식(뷔페)이 별로고, 노래 반주가 자체 가능한데도 거금을 내고 호텔 측 밴드를 이용해야 한다.며칠 전, 동호회 행사를 했다. 동호회에서도 매년 G 호텔을 이용했는데, 올해는 비용을 절약하려고 사무국장이 를 장소로 정했다. 사십여 명이 밝고 깨끗한 홀에서 만족하게 행사를 진행하고 자체 밴드로 여흥까지 즐겼다. 뷔페 음식은 입맛뿐만 아니라 마음마저 사로잡았다. 사장님과 종업원의 서비스가 좋아 만족했다. 는 돌잔치, 생일잔치, 송년회, 동창회, 피로연 등 이벤트 전문 뷔페였다. 장소가 화..
2024.11.24 -
대중가요, 사는 동안
친구들과 늦도록 술자리를 가졌다. 자리를 파하고 나자 한 친구가 2차 하자고 졸랐다. 그를 위해 맥줏집 한 곳을 더 들렀다. 술맛은 나지 않았다. 표시를 내지 않았으나 그렇게 좋아하는 술이 시큰둥해지다니 술 복도 다 됐나 싶은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세월은 시나브로 모든 것을 지워 나간다. 오래전 사실이 흐려져 잊힌 일이 많고, 어릴 적 그리운 동무들 이름과 얼굴조차 흐릿하게 퇴색했다. 빛바랜 추억 몇 가지만 거미줄처럼 가느다랗게 하늘하늘 흔들린다. 집으로 돌아오는 어둑한 밤길의 스산함이 늘그막 신세를 대변하는 것 같아 괜히 마음이 쓸쓸했다. 가을 타는 것일까. 머릿속에서 유년 시절의 좁고 긴 골목길이 튀어나와 멀리서 점점 가까워지더니 후회만 남은 학창 시절을 떠올리고 해변 참호에 엎드려 먼바다를 응시하..
2024.11.23 -
범종 구조의 명칭
지난 여름에 경주박물관에서 성덕대왕신종을 친견했다. 거대한 종은 위엄이 서려 있었다. 종은 멀리 있는 사람이 들으라고 울리는 데 소리가 어떨지 궁금할 즈음, '드엉' 울렸다. 선명하고 장엄했다. 종소리는 방문자를 위해 일정한 간격으로 자동으로 들려주는 녹음이었다. 선입견 때문인지 종소리에서 산사가 보였다가, 독경 소리가 들리었다가 하는 것 같아서 신비했다. 어릴 때는 종소리가 에밀레 한다기에 그렇게 믿기도 했다. 성인이 된 지금도 행여나 그 소리가 들려올까 봐 귀를 기울여 바라기도 한다.동양종은 표면 밖에서 당목으로 쳐서 소리를 내고, 서양종은 표면 안에 추를 매달아 흔들어 소리를 낸다. 종의 규모와 소리의 크기가 엄연히 다르다. 동양종 중에서도 우리나라 범종은 소리가 장엄하고 표면에 새겨진 문양의 예술..
2024.11.22 -
범어네거리 '상동 은행나무'
찬바람이 소슬하게 짙어가는 범어네거리, 도시철도 범어역 5번 출구에 아직도 푸른 잎을 고스란히 매단 은행나무를 보았다. 작은 나무들은 노란 단풍을 흩날리는데 거목만은 꿋꿋한 자태다. 은행 앞에 사연이 새겨진 두 기의 비석이 세워져 있다. "은행나무는 조선 세조 14년(1468년) 상동 들판에 심어져 오랜 세월 거목으로 자랐다. 1981년 도로 확장 공사로 인근 정화여고 교정으로 옮겨졌다가 학교가 이전해 아파트 단지로 개발되는 바람에 2001년 현 위치로 옮겨왔다"는 내용이었다. 노거수를 보존하려는 지역민들의 애향심이 뒷받침됐다. 은행나무를 찬찬히 올려봤다. 긴 세월 탓인지 쩍쩍 갈라진 몸체가 애처롭게 보이기도 하지만, 무성한 잎을 매단 모습은 한편으로는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바닥에 떨어진 열매가 없으니 ..
2024.11.21 -
금강 자연산 매운탕
내당네거리 한자리에서 수십 년간 매운탕 장사를 하는 집에 갔다. 워낙 오랜만에 갔지만, 별반 달라진 게 없어 보였다. 신발 벗고 들어간 방이 신발을 신은 채 들어가고, 헌 좌식 테이블이 새 입식으로 바뀌었다. 허술했던 시설이 한결 깔끔해졌다. 예전 그대로인 벽에 붙은 거북이 박제와 사장님 낚시 사진이 오래된 내력을 말없이 알려주는 듯했다. 식사 메뉴는 매운탕은 쏘가리, 잡어, 메기가 있었다. 잡어 아래 여백에 꺽지, 빠가사리, 뿌구리, 모래무지, 마자가 조그만 글씨로 쓰여 있었다. 잡어 종류를 적은 것이지만, 정겨운 우리말이 어릴 때 냇가에서 발을 둥둥 걷고, 모래무지를 잡아 고무신에 넣고 놀던 때가 떠올랐다. 꺽지라도 잡으면 아이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지. 성인이 되고부터는 접하기 어려운 이름들이었다...
2024.11.20 -
대정옥 한우 국밥
국밥 하면 따로국밥이다. 밥 따로 국 따로 나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대구 십미의 하나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지금도 영 없진 않으나- 국에 밥이 말아져 나오는 국밥이 대부분이었다. 이름 대로 보면 그것이 진짜 국밥이다. 따로국밥이 된 이유는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언젠가부터 국밥은 팔다 남은 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불신이 확산해서 국과 밥이 따로 나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나도 국과 밥을 따로 주문해 먹은 기억이 난다. 지금은 따로국밥 집이 아니라도 어느 업소에 가든지 '국밥' 하면 국과 밥이 따로 나온다.친구와 점심 먹으러 도시철도 대구은행역에서 범어역 중간쯤 있는 에 갔다. 국밥집치고는 격이 있어, 지인들과 가끔 이용한다. 메뉴가 국밥 외에도 곰탕, 냉면과 곁들이로 육회, 떡갈비 등 다양했다. ..
2024.11.19 -
연남물갈비 지산점
친구와 현재 대구에서는 한 집뿐이라는 지산점에 점심 먹으러 갔다. 홀에 '대한민국 No.1 물갈비 전문점' 고딕 글씨가 눈길을 끌었다. 테이블마다 물갈비 메뉴와 이색적 비법을 아크릴판에 찍어 붙여 놓았다. 물갈비 이름은 생소하지만, 포스터의 화려한 사진들이 먹성을 자극했다. 소 물갈비 3인분을 주문했다. 철판에 산봉우리처럼 쌓은 음식이 나왔다. 보기에 소고기의 때깔이 곱고 양이 많아 보였다. 음식 가운데 꼽힌 태극기 깃발이 인상적이다. 버너를 켜는 젊은 사장님에게 물갈비가 생소하다고 말했더니 비교적 자세히 설명해 준다. 물갈비 원조는 전주로 돼지고기를 이용하는데, 천안에서 소고기로 개발한 것이라면서 음식을 쌓은 봉우리는 독도를 상징한다고 했다. 깃발은 깃대의 철 막대가 열전도율을 높여 빠르고 고르게 익혀..
2024.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