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24. 11:20ㆍ일상다반사
농장 가는 길은 가창 댐을 지나 헐티재를 넘는다. 이 도로는 사철 아름답다. 봄은 벚꽃 터널을 이루고 여름이면 우거진 녹음 속에 매미 소리가 오케스트라를 방불케 한다. 가을에는 곱게 물드는 단풍과 길가로 몰리는 낙엽이 운치를 높인다. 운전하면 그 정경에 매료되어 걷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 가을 미학의 길이기도 하다.
지난주 뼈대만 세운 채소밭 비닐하우스 작업을 오늘도 했건만 매조지 하진 못했다. 거의 마무리 상태지만 입구 쪽 비닐을 치지 않았고, 출입문도 달지 못했다. 점심 먹으러 화양읍까지 나가 식사하느라 가고 오고, 대기하는 시간이 꽤 길었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농장 안주인은 비닐을 치면 바람이 통하지 않아 배추가 맛이 없어지니, 심어 놓은 배추를 뽑고 난 후 작업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바깥주인인 친구는 일감을 그냥 두고 보지 못하는 왕고집이라 일을 강행했다. 그 대신 남, 북쪽 비닐 벽을 커튼 형식으로 만들었다. 걷어 올리면 바람이 넉넉히 통할 것 같았다. 사무실 화분도 바람이 필요했는데, 채소도 바람이 있어야 제맛이 난다니 자연은 참으로 오묘하다.
이번 채소밭 비닐하우스(6m×6m)는 이사하면서 챙겨온 자재를 백 퍼센트 이용했다. 비닐을 덮어씌우면서 한두 곳 덧붙이기까지 해 돈 들이지 않고 지었다는데 의미가 있다. 보통은 자재 비용이 제법 든다. 비닐을 붙잡아주는 일손이 필요해 부인들까지 데모도* 시켜가면서 해거름에야 일을 끝낼 수 있었다.
우리 마음에도 비닐하우스처럼 커튼이 있어 필요할 때 걷어 올려 시원한 바람이 통하게 할 수는 없을까. 가끔은 답답하지 않으세요.
* 데모도: 공사장에서 사용하는 용어. 기능공을 보조하며 일하는 보조공을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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