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 14. 20:39ㆍ여행의 추억

* 漆谷 淨兜寺址 五層石塔
* 보물
* 현지 안내판
정도사지 오층석탑은 고려 현종 22년(1031)에 세운 탑이다. 칠곡군 약목면 복성리의 정도사 터에 있었으나, 1905년 경부선 철도를 놓을 때 해체되어 1924년 경복궁으로 옮겨졌다. 이후 1994년 국립대구박물관이 문을 열면서 현재 위치에 다시 옮겨 세웠다.
이 석탑은 통일신라시대 양식이 남아 있는 고려 초기의 석탑이다. 탑은 5층이었지만, 맨 위층 지붕돌이 사라져 탑 꼭대기 부분 상륜부의 부재인 노반만 남아 있다. 아래층 바닥돌에는 각 면마다 연꽃을 표현한 것으로 보이는 무늬[眼像]를 3개씩 조각하였고, 그 안에 귀꽃 무늬를 새졌다. 위층 바닥돌에는 탑을 세운 시기와 목적 등을 새겨놓았다.
1층 몸돌에는 앞면에 자물쇠가 달린 문을 표현하였는데, 안쪽에 사리를 담는 공간이 있다. 이 공간에서 녹유사리병, 청동합 2개 등의 사리기와 석탑의 건립 과정을 기록한 문서[形止記]가 발견되었다. 형지기에는 탑의 이름과 함께 경산부에 속했던 약목군의 향리와 백성들이 발원하여 탑을 건립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칠곡 정도사지 오층석탑은 건립 목적과 제작 시기가 명확하며, 고려 초기 석탑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 후기 노트: 칠곡 정도사지 오층 석탑은 대구박물관 마당에 서 있다. 30년 전 박물관 개관 날, 오층 석탑을 처음 봤다. 그때는 문화유산에 별 관심이 없어 장식이려니 여겼다. 지금도 별반 다를 바 없으나 문화유산의 가치를 존중하고 안내판 정도는 자세히 보려고 한다. 관심이 조금 는 것이다. 그동안 대구박물관을 여러 차례 관람했다. -심지어 3개월 프로그램까지 수료했음에도- 오늘에야 석탑의 안내판을 읽었고, 한참 바라봤으니 너무 무심했다. 학생으로 치면 낙제생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오층 석탑이라는데 사 층이었다. 이상하다. 자세히 살펴보면 꼭대기 오 층의 지붕돌이 없다. 다른 훼손 부위는 별로 없어 고려 시대에 만든 탑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외형이 보기 좋은 상태였다. 안내판에 의하면 고려 현종 때 탑을 세웠고, 최초 이건(移建) 당시 탑 속에서 발견한 형지기 문서에 스님과 향리, 백성들이 국가 평안과 종전(終戰)을 기원하는 뜻을 담아 기단부에 명문을 새겼다고 적고 있다. 그동안 봐 왔던 신라 탑은 왕실이나 지배층에서 세웠다면, 고려 시대의 칠곡 정도사 석탑은 일반 대중이었던 승관민(僧官民)이 함께 서원을 모아 만들었기에 의미가 다르게 느껴졌다. 현종은 22년 동안 재위했지만, 거란과 전쟁에 몹시 시달렸다. 즉위 이듬해 나주까지 몽진을 가야만 했고, 거란의 제2차, 3차 침입과 화친 중에도 분쟁이 끊이지 않았기에 백성의 불안은 극에 달했을 것이다. 얼마나 조마조마했으면 전쟁 그치기를 소원해 그 바람을 글로 새겼을까. 안타깝게도 칠곡 정도사지 오층석탑을 세운 해(1031년) 오월, 현종은 사망했다. 석탑에 담긴 평화를 기원하는 백성들의 간절함만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는 것만 같다. 예사로운 여느 석탑이 아니었다. (2025.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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