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아니잖아요
2022. 10. 23. 07:16ㆍ여행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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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손자와 부산 해운대 블루라인파크 스카이캡슐을 타러 갔다. 미포정거장에서 탑승해 청사포정거장에 내려 포구를 천천히 걸었다. 아이가 늘어선 어선들 사이로 떼 지어 노는 물고기를 발견하고 자세히 보려고 포구 끝머리로 접근했다. 바라보다가 바다로 떨어질까 봐 옷을 붙잡는데도 연신 고개를 내민다. 나는 아찔아찔한데 애는 겁이 없다. 아이가 호기심이 강할 때는 특별히 잘 돌봐야 할 것 같다.
방파제 등대까지 가니 몇 사람이 낚시하고 있었다. 잠깐 구경 하는데 아이가 '나도 낚시하고 싶다'라며 혼잣말을 했다. 이를 들은 낚시꾼이 '너도 한번 해볼래?' 하니 '잘은 못 하지만 한 번 해보겠어요.'라고 대답했다. 낚시꾼이 아이를 붙잡고 짧은 낚싯대를 손에 쥐여주었다.
한참 동안 입질이 없자 낚시꾼은 잡아, 놓은 작은 물고기를 아이 낚시에 끼워 바다에 넣은 후 당기도록 했다. 아이가 당겨 내자 낚시꾼은 '잡았다'라고 소리치며 흥을 돋구었다. 아이가 어이없어하는 말 '이건 아니잖아요'라면서 낚싯대를 돌려주었다. 낚시꾼이 머쓱해서 나를 쳐다보며 "아이에게 한 수 배웠습니다"라고 했다. 잘했다 우리 외손자.
선의라 할지라도 속임수나 거짓은 안 된다. 여섯 살짜리 아이에게도 통하지 않는다는 가을의 전설이 여기서 만들어졌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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