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15. 00:15ㆍ입맛
연말이 되니 소식 뜸했던 지인들과 연락이 닿는다. 옛 동료들과 <정담 2호점>에서 식사한 후 커피를 마시며 담소했다. 건강한 모습이 무척 반가웠다. 에피소드를 상기하면서 웃음꽃이 만발했다. 당시에는 심각한 일들이 세월에 곰삭으니, 코미디극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근황을 나누던 중 SJ가 자서전을 쓰고 있다기에 몇 년간 함께 일한 이력이 있어 "내 욕은 쓰지 말 것"을 요구해 한바탕 웃음보가 터지기도 했다. 옛 동료를 만나면 미래보다 과거를 회상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고대 그리스 시인 에우리피데스는 '시간은 묻지도 않는데 조잘거리는 요설가'라고 했다. 늘그막에는 지나간 세월에 수다를 늘어놓기보다 흐름에 실려 떠내려가라고 한다.
반월당역 만남의 광장에 있는 <정담 2호점>. 정담은 '정성을 담은'의 줄임말 상호다. 아담한 실내에 깨끗한 고디(다슬기) 전문점이다. 식당에 들어가니 여사장님이 환하게 웃으며 맞아준다. 한때 1호집에서 단체 모임을 장기간 이어가 오랜 안면이 있는 사이다. 코로나19로 폐업이 속출할 때 2호집을 열었는데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해 낸 것 같다. 가성비 높은 한식당인 정담 1호집(중구 관덕정길 13-18)처럼 2호집은 고디를 주재료로 하여 정성을 담아 건강한 밥상을 차려냈다.
고디 무침은 상큼하고 정갈해 반주와 잘 어울렸다. 맑은 탕도 고디를 삶아 우려낸 뜨끈한 푸른 국물이 아주 시원했다. 부드러운 부추와 고디가 듬뿍 들어 국물이 진하면서 씹는 맛도 났다. 들깨를 넣은 고소한 탕도 있어 입맛을 사로잡는다. 고디는 간 기능 증진에 탁월해 민물의 웅담이라고 널리 알려져 방송에서도 여러 차례 소개한 식품이다. 고디는 다슬기의 경상도 사투리다. 지방에 따라 우렁이, 고둥, 올갱이, 대사리, 꼴부리, 꼴팽이 등으로도 불린다. (202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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