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11. 00:24ㆍ입맛
코로나19로 위중한 시절, 은퇴한 옛 동료 네 명이 얼굴을 잊을까 봐 매달 한 번씩 만났다. 돌아가며 코로나에 한 번씩 걸리기도 했으나 별 탈 없이 회복됐다. 역설이지만, 아직도 만나 함께 식사할 수 있는 행복이 코로나 덕분이다. 오늘은 '평화시장 닭똥집 골목'에서 점심 먹기로 했다.
S가 오는 길에 우연히 시장 인근에 사는 지인을 만나 <고인돌>이 맛집이라며 추천받았다고 해 거기에 갔다. 닭똥집 하면 선입견이 예스럽고 누추할 것만 같은데 천만의 말씀, 밝고 청결했다. 종업원도 싹싹하고 친절하다. 저녁때가 피크 타임 업종이라 점심때는 손님이 많지 않아 오히려 -사장님에겐 미안하지만- 우리는 낫다. 찜닭과 닭똥집 모듬을 주문했다. 갓 튀겨낸 닭똥집이 먼저 나왔다. 한 접시에 간장, 양념, 튀김 세 종류를 담았다. 튀김옷이 노랗고 겉은 바사삭, 속은 부드럽고 달큰한 양념까지 보태져 입맛을 사로잡았다. '치맥'이란 말처럼 닭똥집에는 생맥이라지만, 참소주와 K가 가져온 저담(멧돼지 쓸개)주 하고도 잘 어울렸다. 당면이 든 찜닭은 4인용으로 양이 적당했고 공깃밥 먹기에 딱 맞았다. 자작한 국물이 배가 부른 데도 식욕을 당겼다. 두 가지 모두 뒷입맛이 좋다.
평화시장 홍보판에 닭똥집 골목의 유래가 적혀 있었다. 닭똥집은 1972년 '삼아 통닭집'으로부터 시작됐다. 닭만 팔다 보니 닭똥집이 많이 남아 서비스로 튀겨서 내놓자, 사람들 반응이 좋았다. 값싸고 맛있다고 알음알음 소문이 났다. 그 후 닭똥집, 튀김닭, 찜닭, 닭발 등의 요리가 본격적으로 나오면서 닭똥집 골목이 등장하게 됐다. (2024.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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