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26. 08:21ㆍ입맛
오전에 반가운 지인의 전화를 받았다. 절터 기행 『잇대고 잇대어 일어서는 바람아』 저자, 박시윤 작가가 '할매 칼국수'에서 저녁 먹자는 거였다. 전화를 끊고, 넷은 돼야 즐겁겠다 싶어 두 사람을 더 불렀다. 시간 여유가 있어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반월당역에서 환승하지 않고 명덕 로터리까지 걸었다. 1km 남짓 거리에 보현사, 이육사 기념관, 남문시장 등 볼거리가 있다.
식당 골목 입구의 한길가 트럭 포차에 사람들이 올망졸망 늘어섰다. 늙수그레한 부부가 국화빵과 꼬치구이를 팔고 있었다. 사람들이 꼬치는 그 자리에서 먹고, 국화빵은 사서 갔다. 길거리에서 붕어빵, 잉어빵은 더러 봤는데 국화빵은 드물다. 세 개 천 원, 일곱 개 이천 원이었다. 맛있게 보였다. 칼국숫집 이모에게 드리려고 사천 원어치를 샀다. 가을이라선지, 간식 때가 되어선지 국화빵과 꼬치 둘 다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순서를 기다리느라 한참 대기했다.
국화빵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시기는 일제강점기 때인 1930년대, 일제가 황민화를 강요하던 시기에 일본 황실의 상징인 국화의 빵틀과 도미빵(타이야키)틀이 함께 들어왔다. 당시에는 부유층의 간식으로 달콤한 팥소가 입맛을 사로잡으며 인기가 있었다고 전한다. 일제가 우리 문화와 관습을 바꾸려는 불순한 의도를 숨겨 놓았다. 대중화가 된 것은 1960년대 전후 미국 원조로 밀가루가 대량 들어와 길거리 간식이 됐다. 이모에게 따끈따끈한 국화빵을 건넸더니 반색했다. 지인들이 도착하자 안 그래도 되는데 굳이 뜨끈뜨끈한 배추전 한 장을 부쳐 정을 낸다. '할매 칼국수'는 올해로 십육 년째 단골집이다. 박시윤 작가는 국숫집 주인과 동향이다. (2024.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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