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회 용궁물회에서

2024. 10. 14. 08:22입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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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회 월례회다. 회장 이취임 날이기도 했다. 젊을 때 결성했으니 한 사십 년은 됐겠다. 그동안 선배 세 분이 작고하기도 했다. 오늘 회장이 바뀌는 것은 前 회장의 사모가 편찮아서다. 노후에 부부가 같이 건강해야지 한 분이 앓아 병시중하게 되면 자질구레한 일은 신경 쓸 겨를이 없다. 그래서 4대를 끝내고 오늘부터 5대가 시작됐다.

5대 첫 모임은 <바다회 용궁물회>에서 했다. 그간의 회장님 봉사를 치사하고 새 회장에게 기대 인사로 화기애애했다. 넉넉한 곁들이와 두툼하게 썬 모듬회는 입맛은 물론 분위기까지 북돋웠다. 막바지에 안주가 남았지만, 사장님이 어두일미라며 큼직한 -우럭, 농어, 돔- 생선 머리와 청어를 구워 내놨다. 모듬회보다 진한 맛이 고소했다. 곁들이라지만 사장님 인심이 후해 보여 재방문하고 싶었다.

얼핏 생각하면 회장, 총장(총무)은 회비 거두고 장소 정하는 일이 다인 것 같지만, 모임을 오래도록 잘 유지하려면 다양하게 신경 써야 한다. 말 잘 듣는 회원이지만, 먼저 회원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회비는 자동 이체한다 치더라도 두 달에 한 번 모임 장소를 새로 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진행도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듯이 말 한마디가 정을 낸다. 사십여 년 동안 모임을 잘해 왔다. 이번 다섯 번째 회장도 유익하게 잘 이끌어 주시리라 믿는다. 든든한 종신직 총장이 뒷바라지하고 있기에 또 한 십 년 잘 굴러갈 것이다. 모임을 하지 않았다면 좋은 인연이 오늘까지 이어졌을까? 자리를 파하는데 총장 가라사대 "곧 부사 한 박스 택배 보내니 주소 바뀌신 분 신고"하라고 크게 말했다. (2024.10.11.)

대구 남구 중앙대로42길 16 (대명동)
모듬회 대짜(60,000원). 두툼하게 썰었다.
곁들이 농어 대가리와 청어 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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