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15. 08:10ㆍ입맛
신세계 백화점에 볼일 보러 갔다. 점심떄가 됐기에 9층 일식당 <해목>에 가서 예약부터 잡았다. 스무 명이 대기 중이어서 볼일을 서두르면 순서를 맞출 것 같았다. 백화점이 유원지처럼 붐볐다. 다른 백화점은 파리 날리는 듯한데 신세계만 유독 이용객이 몰리니 특별한 매력이 있는 모양이다. 윈도쇼핑을 좋아하지 않아 딸내미 도움을 받아 빠르게 용건을 마치고 9층으로 갔다.
식당에 도착하자 바로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다. 손님이 매우 많았다. 해목(海木)은 일본 나고야식 장어덮밥인 '히츠마부시' 전문이었다. 히츠마부시는 범어동 '양○도'에서 여러 번 먹어본 적이 있어 메뉴판을 뒤적여 때깔 좋고 먹음직스러운 것으로 골랐다. 집사람은 히츠마부시, 딸은 마구로 사케동, 손자는 아침을 늦게 먹어 모찌리도후, 나는 해물덮밥인 카이센동을 주문했다. 메뉴판 사진에 음식은 모두 반질반질한 나무 그릇인 '히츠'에 담아 색감이 화려하고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시각적으로 깔끔했다.
하얀색 접시의 모찌리도후가 먼저 나왔다. 동그란 것이 말랑말랑하게 보여 귀엽게 보일 정도로 예뻤다. 메뉴판 한자를 보니 두부 떡인 것 같은데, 티스푼으로 맛을 보니 말랑하지는 않고 부드럽고 달콤했다. 두부인지 애매할 정도다. 감칠맛이 났다. 후식용으로 맞을 것 같다. 맛보고 나니 주문한 음식들이 하나씩 나왔고 종업원이 맛있게 먹는 방법을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
밥그릇(히츠) 아래 밥을 깔고 그 위에 생연어와 참치를 반반씩 얹었다. 빨간색은 참치(쯔케마구로), 주홍색은 연어다. 가운데 달걀노른자가 맛을 더할 것만 같다. 참치는 기호에 맞게 계란 장이나 낫또 소스, 마크림 소스를 곁들이고, 생연어는 간장 소스(타래)나 화이트소스와, 다진 참치(네기도로)는 간장 소스와 계란 장, 와사비에 비벼 먹는다. 맛있게 먹다가 보면 막상 두서가 없다. 회가 큼직하였고 양이 적지 않다. 딸이 다 못 먹을 것 같아 덜어낸 것까지 먹었다.
사각 히츠에 올려진 해산물이 꽤 푸짐해 보였다. 구미가 당겼다. 참돔, 생새우, 참치 등살, 다진 참치, 연어 등살, 빨간 연어알, 제철 생선 등 비주얼이 좋다. 밑에 밥이 깔렸다. 양념이 살짝 뱄다. 또 하나 사각 히츠에는 잘게 썬 해초 소스, 해삼 아니면 전복(?) 내장 소스, 후식용 양갱, 주키니 피클과 생강 등을 담았다. 해산물 하나하나를 밥과 함께 집어 먹는 재미가 각별하고 흥미 있었다. 해산물 속의 와사비를 간장 소스와 비벼 먹다가 덩어리를 입에 넣어 코를 찌르는 매운맛에 아찔하기도 했지만, 담백한 흰 살과 기름진 연어, 참치 맛이 각각 오묘했다. 먹으면서도 주문을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장 소스를 많이 곁들인 탓에 집에 돌아와 물이 많이 당겼다.
히츠마부시가 해목의 시그니처 메뉴다. 양○도의 그것보다 실했다. 어쩌면 가격이 더 비싸니 당연하다. 풍천장어(자포니카종)에 특제 간장 소스를 발라 숯불에 3번 구워 쫄깃한 식감과 은근한 훈연 향이 매력이다. 아내가 손자에게 장어와 밥을 덜어주니 엄청나게 잘 먹는다. 먹는 방법은 밥을 네 등분해, 1/4을 장어와 밥으로 기본의 맛을 즐기고 1/4은 곁들이(야꾸미) 실파, 깻잎, 와사비, 김 가루를 곁들어 비벼 먹고, 1/4은 찻물(오차즈케)에 말아 먹는다. 나머지 1/4은 가장 입맛에 맞는 식으로 다시 한번 먹는다. 집사람은 야꾸미로 먹었다. 나는 몇 번 먹어본 바로는 찻물에 말아먹는 것이 입에 맞았다.
식사를 가족과 같이해 음식을 조금씩 맛볼 수 있었다. 어느 메뉴를 주문하던 시원한 장국(미소시루), 간장 소스(타래), 김은 기본으로 따라 나왔고 곁들이(야꾸미)는 조금 달랐다. 음식의 기본 바탕이 상차림은 단출 섬세했고, 맛은 담백하고 깔끔했다. 아무리 먹어도 배부르지 않고 살찌지 않을 것만 같은 기분이랄까.... 우리 한식도 글로벌 대중화하려면 상차림이 푸짐한 데서 벗어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4.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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