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20. 08:07ㆍ입맛
가을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어느 공모전에 스타디 그룹 세 명이 함께 당선돼 상을 받았다. 운이 좋았다. 시상식 박수 소리와 이 층 처마에서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가 뒤섞여 식장 분위기를 높였다. 女선생님은 큰 상, 男선생은 작은 상이다. 늘그막에는 상장보다 부상(副賞)에 관심 높다. 세속적이나마 집에서 체면치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행사를 마친 후 자축 파티하려고 빗속을 뚫고 평화시장에 갔다.
평화시장은 파티마 병원 인근 재래시장으로 '닭똥집 골목'이 유명하다. 예전에는 부산물을 조리하는 정도였는데 지금은 똥집과 닭발 외에도 찜닭, 고소한 프라이드치킨, 매콤달콤한 양념치킨, 짭조름한 간장치킨 등 각종 닭 요리로 성업을 이룬다. 호객하듯 집집이 별 별난 상호가 손님을 잡아끈다. 청춘들이 소복이 앉은 업소를 피해 들어간 집 이름이 어이쿠, <똥집 대통령>이다니 별스럽다. 자리 잡고 단톡에 신고부터 하고 세트 메뉴를 주문했다.
튀긴 닭똥집이 먼저 나왔다. 이름이 재밌지만, 모래주머니를 하필이면 왜 '똥집'이라고 했을까. 넉살꾼의 장난성 발언이 굳어진 것은 아닌지.... 튀김 옷이 없다면 씹는 맛이 더 좋겠다. 삼계탕집 서비스용 닭똥집을 여기서는 '누드 똥집'이라고 하다니, 작명의 대가들이 모인 골목답게 그럴싸하게 지었다. 프라이드, 양념 반반 통닭은 고소 매콤달콤했다. H 선생이 단톡 보고 찾아왔기에 순살 찜닭을 추가 주문했다. 냄비에 고기가 가득한 듯했는데 몇 개씩 골라 먹으니, 국물만 그득 남는다. 잡채가 많이 든 안동찜닭과 살짝 비교됐다. 곁들이 안주가 없는 닭똥집 골목은 생맥주나 간단 주 한잔 마시기에 알맞은 곳 같았다. (2024.10.18.)
'입맛'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화빵과 할매칼국수 (0) | 2024.10.26 |
---|---|
유니짜장은 차이나타운에서 (0) | 2024.10.25 |
신세계백화점 맛집 해목 (0) | 2024.10.15 |
바다회 용궁물회에서 (0) | 2024.10.14 |
코지 하우스에서 점심 먹으며 (0) | 2024.1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