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7. 27. 08:56ㆍ여행의 추억
얼마 전, 지인 댁의 결혼식을 다녀오면서 <동대문>을 보고 왔다. 서울 사대문의 동쪽 문으로 <흥인지문(興仁之門)>이라고 한자로 쓴 정사각형 현판을 달고 있었다. 여느 성문과 달리 대문 앞에 옹성(甕城)이 만들어진 독특한 모습이었다. 성문을 보호하려고 성문 밖에 다시 반원으로 성벽을 쌓았다. 작은 성문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대문이지만, 청도읍성의 북문 공북루가 떠올랐다. 공북루는 온전히 전투를 대비해 쌓았으나 흥인문은 비보풍수(裨補風水) 차원이 보태져 만들었기에 모양에서도 차이가 났다. 옹기처럼 생겼다고 해 옹성인데 장식용 반원처럼 예뻐 보였다.
우리 문화유산들이 유네스코에서 세계유산으로 지정하자 지구촌 사람들이 종묘와 조선왕릉, 오대 궁궐 등을 보려고 찾아온다. 우리나라에 살면서도 선조들이 남긴 찬란한 문화유산을 아직 많이 보지 못했다. 외국인보다 못하다. 젊을 때부터 서울 출장을 자주 다녔지만, 바쁘게 용무를 마치면 골목 주점에서 목만 축이고 서둘러 돌아왔다. 그러기로 쌓인 세월 동안 눈뜬장님이 되고 말았다. 얼마 전 궁궐 책자를 읽고 한국인으로서 긍지에 문제가 있겠다고 깨달았다. 늦으나마 앞으로는 발길이 닿는 대로, 용건이 스치기만 해도 문화유산에 눈도장을 찍으려고 마음먹는다.
서울 가는 길에 남대문(숭례문)은 여러 차례 보고 다녔지만, 동대문(흥인지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점잖고 든든해 보이는 동대문과 옹벽을 보면서 매사를 허투루 보지 않고 정성을 다한 선조들의 숨결을 느껴본다. (202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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