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7. 9. 16:12ㆍ여행의 추억
지인의 서울 잔치에 참석한 김에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다음날 창덕궁*과 경복궁*을 둘러봤다. 서울에 더러 다녔지만 궁궐 구경은 처음이었다. 오랜만에 구두를 신은 탓인지 고작 이만 보를 걸었는데 발바닥 물집이 잡혔다. 아렸지만, 영화로만 보았던 조선 오백 년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의 실물을 본다는데 물집은 대수가 아니었다.
창덕궁에 먼저 갔다. 때마침 1회차(10:00) 후원 관람권을 살 수 있었다. 후원은 해설사 안내에 따라 관람하는 제한 관람 구역으로 관람이 쉽지 않다는데 운이 좋았다.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해설사의 뒤를 따랐다. 후원 초입은 고즈넉하고 녹음이 짙었다. 그래선가 나무조차 고풍스러워 보였다. 후원은 정자와 누각, 수목들이 잘 어우러진 한국 전통 정원의 특성을 보인 세계적 명원이라고 한다. 해설사의 감칠맛 나는 해설을 들으며 부용지, 애련지, 관람지, 존덕지 같은 아름다운 연못과 아담한 정자와 연경당 일대를 둘러봤다. 흔히 비원(비밀의 정원)으로 불렸던 연유를 실감했다. 후원 관람을 마친 후 인정전을 비롯한 전각 지역을 두루 다녔다. 낙선재에서는 1989년 이곳에서 사망한 비련의 덕혜옹주가 떠올랐다.
창덕궁을 나와 경복궁으로 갔다. 지난해 공사 가림판을 막아둔 것을 봤는데 월대 공사가 끝나 제모습을 찾았다. 관람객은 한복 입은 외국인이 대부분이었다. 한복을 착용하면 입장료가 무료인 때문도 있겠지만, 한복을 즐기는 것 같아 보기에 좋았다. 근정전은 창덕궁의 인정전보다 컸다. 앞뜰에 서서 TV로 시청한 유홍준 교수의 강의를 떠올렸지만, 한계가 있었다. 문화해설사의 해설을 들으며 관람하는 것과 개인 상식으로만 관람하는 것의 차이가 뚜렷했다. 강녕전과 교태전의 지붕이 특이했으나 대부분 전각이 비슷해 숨겨진 내막을 알 수 없는 사람은 흥미가 떨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예로부터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나 보다.
경복궁을 나와 길 건너 역사박물관 옥상에 올라가 인왕산, 북한산, 북악산 스카이라인 아래 전개된 광화문과 경복궁, 여러 전각을 바라봤다. 아름다웠다. 현대 건물이 들어서기 전에는 수려함을 거침없이 뽐냈을 것 같다. 북악산 아래 청와대의 푸른 기와도 눈길을 끌었다. 중국에서 관광 온 젊은 연인 한 쌍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풍경과 어울리도록 정성껏 셔터를 눌렀다. 내일은 서점에 달려가 '조선의 궁궐' 책자를 사 궁금증을 해소해야겠다. (2024.7.7.)
* 창덕궁(昌德宮) : 1405년 조선 태종 때 지은 제2의 왕궁. 선조 25년 임진왜란 때 소실 되어 광해군 때 재건하여 제27대 순종까지 약 270년간 조선 왕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곳이다.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궁궐로서 후원은 자연과 조화된 한국 전통 조경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으며 1997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 경복궁(景福宮) : 조선을 개국한 태조가 개경에서 한양(지금의 서울)으로 수도를 옮긴 후 1395년에 처음으로 세운 궁궐. 만년토록 큰 복을 누리기를 기원하는 뜻의 경복궁은 당시 최고의 건축 기술과 전통 조경을 보여준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많은 부분이 훼손됐으나 1990년부터 복원 사업을 시작해 흥례문과 동궁 등이 복원됐고 2010년에는 서울의 상징인 광화문이, 2023년에는 광화문 월대가 복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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