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목원에서

2024. 4. 5. 12:06여행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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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대구 수목원>에 갔다. 평일이어서 한산한 느낌을 받았다. 봄이 왔건만 나목들은 아직 썰렁한 겨울 티를 벗지 못했다. 그런데도 직원들이 봄단장하려고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빗질하고 화단 점검에 손길이 부지런하다.

수목원에 올 때마다 기적 하나를 느끼게 된다. 20~30년 전, 변두리였던 이곳은 대구시 생활 쓰레기 매립장이었다. 쓰레기가 18m 높이로 쌓여 악취가 진동하고 먼지가 비산해 시민들이 기피하는 장소였다. 그러던 중 1996년 지하철 건설 공사를 계기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공사장에서 나오는 잔토를 활용해 6~7m 복토한 후 그 위에 수목이 자랄 수 있도록 다시 조경토를 2~3m 복토해 2002년 전국 최초로 쓰레기 매립장을 수목원으로 조성했다. 식물의 자연환경 보전과 시민의 정서 함양은 물론 지역 발전에 견인차 구실을 하고 있다.

수목원에서는 사시사철 계절에 맞는 꽃을 전시한다. 시민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전시는 가을 국화축제다. 어머니와 함께 구경 올 때마다 얼마나 즐거워하셨는지 눈에 선하다. 느릿하게 수목원을 한 바퀴 돌았다. 나무마다, 야생화 군락지마다 이름표를 일일이 달아놓았다. 사월에 접어들었지만, 꽃들은 아직 소식 없고 '홀아비꽃대'만이 가녀린 몸을 곧추세워 기지개를 켠다. 꽃이 활짝 핀 벚나무와 옥매, 명자 아래 사진 찍으며 환하게 웃는 사람들이 행복해 보였다. 맨발 걷기 하는 시민들도 부쩍 늘었다. 모두 중장년이다. 바지를 걷어 올린 채 씩씩하게 걷는 모습이 신기하고 용감하다. 건강백세를 향해 이룩해 나가는 분들이 부럽다. 수목원에서는 절로 영감을 받는다. 쓰레기 매립장이 꽃나무 정원으로 바뀌었듯이 삶의 모자란 부분을 유익한 무엇인가로 채울 수 있을 것만 같은 용기가 솟는 것이다. (2024.4.4.)

대구수목원 면적은 당초 246,503㎡에서 크게 확장되어 현재는 781,279㎡에 이른다.
튜립이 제일 먼저 방문객을 맞아주었다.
문풍지를 대비해 운치를 살린 벤치.
띠살창 창호로 만들어진 벤치.
홀아비꽃대는 4월에 흰색 꽃을 피워 유월에 열매를 맺는다. 아생화는 이름이 별스러운 건지 정겨운 것인지 헛갈리는 것이 많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모형이 조성 중에 있었다.
구불구불하게 굴곡진 물도랑을 곡수거(曲水渠)라고 한다. 곡수거에 물을 흘려 술잔을 띄우고, 그 술잔이 자기 앞에 올 때까지 시 한 수를 지어 읊는 연회가 유상곡수연(流觴曲水宴)이다. 이 곡수거는 경주 포석정과 같은 크기로 수로의 길이는 약 22m다.
이 연못은 조선 시대 대표적인 연못의 형태로 방지원도(方池圓島)라고 한다. 네모난 연못인 방지(方池)는 땅을 상징하고, 그 속에 둥근 섬인 원도(圓島)는 하늘을 상징한다. 또는 방지는 음을, 원도는 양을 상징한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정선 두위봉 주목은 산림청에서 수령 감정결과 수령이 1,400여 년으로 공식 인정받은 우리나라 최고령 나무다. 대구수목원에서는 이 주목의 횡단면 모형을 만들어 전시 중이다. 이 나무는 512년 신라 이사부가 우산국을 점령할 때부터 자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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