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문 시장에서

2024. 4. 8. 10:45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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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모자를 사려고 서문 시장에 함께 갔다. 점포 문을 열지 않거나 적재물 포장을 벗기지 않은 곳이 많았다. 유관 업주가 일요일의 노는 업종들이라고 하면서 모자 파는 집들도 1, 3주 일요일은 쉰다고 했다. 시절이 시나브로 변한 것이다. 사람들이 노는 날일수록 시장은 장사한다고 생각한 내가 구식이었다.

노점 국수로 점심을 때웠다. 별맛이 아니건만 빈자리가 없을 만큼 손님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았다. 대부분 메뉴가 오천 원이었다. 값이 싸긴 쌌다. 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니 남들이 사 먹는 호떡이 먹음직스럽게 보여 나도 샀다. 호떡은 기름에 튀기듯 구워 도넛처럼 배가 불룩했다. 하나 달라고 하자, 불룩한 부분을 콕 눌러 바람을 빼 얄팍해지자 반으로 접어 종이컵에 넣어 주었다. 신기했다. 굽는 것이 달랐고 싸 주는 방법도 예전과 차이가 났다. 그것을 들고 다니며 한입씩 베어 먹으니, 신식이 된 기분이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보니 며칠 전 집사람이 만 원 주고 사 온 슬리퍼가 오천 원이었고, 반소매 티셔츠가 세 장에 만 원 했다. 웬 횡재냐 싶어 얼른 샀다. 과자도 푸짐해 보였는데 단것을 자제하려고 꾹 참았다. 아무튼 둬 시간을 배회하니 배가 허전했다. 포장집에 줄 선 사람들 뒤에 서서 순서를 기다렸다. 삼각 만두가 1인분의 일곱 개 삼천 원이었다. 양이 모자랄 것 같아 2인분을 주문했더니 비닐을 덮어씌운 쟁반에 한가득하다. 남들처럼 주변에 서서 먹었다. 집사람이 몇 개밖에 먹지 않아 다 먹느라 혼이 났다. 1인분이면 두 사람에게 조금 모자라고 2인분은 조금 많았다. 이상했다.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큰 장 저잣거리에서 접시를 들고 서서 먹는데도 부끄럽지 않았다. 로마법 증후군인가? (2024.4.7.)

서문 시장은 대구에서 가장 큰 시장이다.
일요일에는 쉬는 점포가 늘어났다.
상가 전체가 쉬기도 한다.
4지구 옆 길거리 국수집.
먹음직스러워 보였지만, 보통 맛이었다. 돌아다니다 보니 줄을 길게 서서 기다리는 점포도 있었다. 진짜 맛집인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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