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2. 27. 10:03ㆍ일상다반사
새 아파트로 이사했다. 이삿짐센터에서 나와 포장을 시작하는 것을 보고 출근했다. 시니어 일을 한 지 아직 한 달을 채우지 못해 월차 운운하기 거시기했다. 대신 아들과 딸이 월차를 내고 도우러 왔다. 정오가 되어서야 퇴근해 돌아와 짐 정리를 도왔다. 한 달 전부터 이사 준비하느라 자질구레한 물건과 옷가지를 하나씩 버려왔다. 그런데도 이삿짐 정리하는 것을 지켜보니 그동안 버린 것이 표시가 나지 않았다. 모든 짐이 구닥다리인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이제는 필요 없는 물건투성이다. 집사람과 경쟁하듯 버렸는데 마치 큰일이 허사로 돌아간 듯 느껴진다.
청춘일 때 호감을 느꼈던 물건들이 지금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프로야구 사인볼, 서화, 수집품, 도서 등- 빼어나거나 값진 것이 아니고, 자식들도 탐하지 않아 자연스레 허드레 짐짝이 됐다. 부창부수인가 집사람이 아껴둔 그릇들도 사용 한번 못 해보고 유행에 밀려나 있으나 버리지 못해 또 그냥 처박아 두는 수밖에 없다. 집은 새집인데 물건들이 오래돼 낡고 시대에 뒤떨어져 있으니, 무언가 '짜가' 된 기분마저 든다. 나도 모르게 탄식이 나왔다.
언젠가 우리 부부가 요양원에 들어가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불필요한 가재도구를 내가 버리지 않는다면 그때 가서는 자녀가 치우게 된다. 버리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우리 엄마, 아버지, 근검절약하며 열심히 살았구나"라는 생각을 할까, 아니면 "좀 깔끔하게 살지, 왜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필요 없는 고물을 모아 놓고 살았을까"라고 여길까 상상해 본다. 나무랄 데 없는 자녀지만, 아마 후자가 맞을 것 같다.
집에 있는 낡은 것부터 버리고 쾌적하게 살자. 나이가 들수록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살아야 한다고 선배들은 충고한다. 무작정 건강만 기대하기보다 행복도 체크해야 한다. 건강은 자식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고, 행복은 나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2024.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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