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4. 2. 09:26ㆍ입맛
1.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이 <술 낚시>로 감투를 얻은 이야기는 유명하다.
연암은 집이 가난해 좋아하는 술을 제대로 마시지 못했다. 손님이 와야 아내는 겨우 두 잔의 탁주를 내놓을 뿐이었다. 그래서 그럴듯한 풍채의 인물만 보면 가짜 손님으로 끌어다가 술 마시는 미끼로 삼았다. 하루는 자기 집 앞을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마침 사인교를 타고 지나는 분이 있었다. 연암은 무작정 길을 가로막으며 가벼운 음성으로 말했다.
'영감, 누추한 집이나마 잠시 들렀다 가십시오. 저의 집이 바로 여기올시다.'
'나는 지금 입직(入直)하는 길이라 틈이 없소.'
'흥! 임금을 모시는 분이라 도도하군. 담배나 한 대 피우고 가라는데, 그렇게 비싸게 굴 것까진 없잖소.' 연암은 도리어 호령 조로 말했다.
사인교를 탄 분은 李 승지였다. 선비에 대한 예의는 아는 인품이어서 연암의 뒤를 따라 방에 들어갔다.
'손님이 오셨으니 술상 내오너라.'
탁주 두 잔과, 안주로 김치가 나왔다. 연암은 자기 잔의 술을 죽 들이켜고는 손님 잔의 술까지 마셔 버렸다. 李 승지는 물끄러미 연암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영감! 뭐 이상히 여길 것 없소. 오늘은 영감이 내 술 낚시에 걸려들었소, 하하….'
'도대체 당신은 누구시오. 그리고 술 낚시는 무슨 뜻이오?'
연암은 그제야 술 낚시에 대한 내력을 이야기했다. 그날 밤 李 승지는 정조에게 이 이야기를 하였다. 李 승지의 얘기를 듣자, 정조는
'그 사람은 분명히 연암 박지원이다. 자기 재주를 믿고 방약무인이 지나쳐 벼슬을 안 주었는데, 그다지도 궁하다니 참으로 안됐어.'라 말하고 초시(初試)를 시키고 1년 이내에 안의(安義) 현감을 시켰다. (출처: 웹에서 발췌 정리)
2.
오래만의 선배 형이 비상소집을 했다. 비상이 발령되면 ○○ 광장에 집합한다. 보통 한동네에 사는 넷이 모이는 데 오늘은 부득이 셋이다. 청춘 시절의 인연이 뿌리 깊은 나무, 샘이 깊은 물처럼 질기게 엉켰다. 일 잘하는 놈이 술도 잘 먹는다는 감언이설에 넘어가 두주불사하는 동안 도낏자루가 썩는 세월이 지나면서 진짜 용맹한 선배가 전사(?)하는 비운을 겪기도 했다. 우리는 여신(餘燼)으로 남아 함께 즐겼던 <좌쌈우주(左쌈右酒)>의 추억을 그리며 노포에서 쓴 술잔을 기울인다. 늘그막에 술 낚시 않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랄까. (202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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