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22. 17:34ㆍ여행의 추억
○○산악회의 청송 여행에 따라갔다. 원님 덕에 나발 분다고 친구 덕에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주산지와 주왕산 대전사는 이름만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산행을 여러 번 했고, 선배들과 연상되는 추억이 쌓이고 맺힌 곳이기도 하다.
정오쯤 주산지에 도착했다. 못은 햇살을 받아 윤슬이 부드럽게 반짝였다. 울긋불긋 단풍 대궐은 자취를 감추었고 앙상한 가지에 쓸쓸한 바람이 불었다. 봄가을이 순식간에 지나가지만, 사계절이 뚜렷하기에 순간의 스산함도 의미 있게 느껴졌다. 지나가 버린 가을과 다가올 한 겨울의 아름다움을 알기 때문이다. 물속에 선 왕버들을 바라보다가 바지를 걷어 올린 내 모습이 상상되어 피식 웃으며 돌아섰다.
국립공원 상의 탐방지구로 이동해 점심을 먹은 후 대전사를 둘러봤다. 주왕산에 들면 언제나 절보다 우람한 기암과 장군봉이 먼저 눈에 띈다. 주왕산의 암벽은 칠천만 년 전 화산 활동으로 쌓인 화산재가 식은 응회암이다. 멀리서 보면 굳건하게 보이지만, 손으로 긁으면 부스러지기도 한다. 풍화에 매우 약한 바위다. 예전에는 대전사 하늘머리의 기암에 감탄했으나 지금은 덤덤해졌다. 그렇듯이 젊은 나는 굳건했으나 늙은 나는 응회암 다름없다. 나는 나에게도 덤덤해져 있다. (2023.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