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3. 00:06ㆍ입맛
자녀들과 저녁을 먹으러 양산도에 갔다. 처음 간 식당이었는데 깔끔한 홀 분위기가 어딘가 달라 보였다. 장어덮밥을 검색해서 찾아갔는데, 메뉴판을 보니 일본식 차림이다. 히츠마부시(장어 한 마리), 테이쇼쿠(장어 정식), 사케동(생연어덮밥), 부타동(돼지고기 덮밥)과 사이드 메뉴로 가바야끼(양념 장어), 연어 사시미, 초밥 등 생소한 메뉴다. 주요리는 '히츠마부시'였다. 일본 나고야 음식으로 나무 그릇인 '히츠'에 담아낸 민물장어 덮밥이다.
손자는 부타동, 성인은 히츠마부시를 주문했다. 사각 나무 쟁반에 음식이 담겨 나왔다. 장어덮밥과 빈 그릇 하나, 메밀국수 한 컵, 계란찜 반 컵, 미소(된장) 국, 약간의 김가루와 잘게 썬 파, 와사비, 샐러드, 호리병에는 육수가 들었다. 종업원이 알려주는 먹는 방법은 장어덮밥을 사 등분 해 먼저 1/4을 빈 그릇에 덜어 장어와 밥으로 기본 맛을 본다. 두 번째는 김가루와 파를 넣어 섞은 후 생와사비를 조금 얹어 깔끔한 맛을, 세 번째는 김가루와 파, 와사비를 넣고 호리병의 오차 육수를 부어 구수한 맛을 즐긴다. 마지막 1/4은 세 가지 방법 중 가장 식성에 맞는 방법으로 먹으면 된다고 한다.
흥미로운 식사법이었다. 맛이 좋아 남김없이 깨끗이 비웠다. 일식이 대체로 그렇듯 소량으로 뒷맛이 개운하고 산뜻했다. 오차 육수로 말아 먹어도 느끼하지 않고 구수한 맛이 좋았다. 아들은 기본 맛이 좋다면서 반 마리(가바야끼)를 추가하기도 했다. 손자가 먹다 남긴 부타동은 내 차지였다. 자녀가 어릴 때 남긴 음식을 버리기 아까워 먹었는데 이제는 손자 것까지 먹는다. 하이에나 -좋은 뜻으로 동물 청소부-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내 또래는 어려운 시대을 헤쳐나오면서 몸에 밴 습관이다. 깨끗하게 빈 그릇이 스님의 공양 그릇 같다. (202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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