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원당암에서
2023. 9. 29. 20:04ㆍ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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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고, 사는 형편이 달라져 명절이 시큰둥하다. 그렇다고 즐겁지 않은 것은 아니다.
어릴 때는 철이 없어 마냥 즐거웠고, 젊을 때는 허리가 휘청거려도 직장 분위기에 맞추어 좋은 척을 해야 했다. 부모님이 별세하신 후 늘그막엔 집안 풍속이 변해 겉으론 무덤덤하지만, 애타는 심정이다. 불심이 깊었던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아버지와 함께 영가를 절에 모시도록 유언하셨다. 불효만 일삼던 청개구리처럼 진심으로 받아들였더니 비가 오면 후회막급이다. 나에겐 비가 명절이고 기일이다. 처음에는 죄인이 된 듯 마음이 쓰리고, 아팠다. 하지만 세월이 약이런가, 나이 두께만큼 시나브로 무심해져 가는 나를 발견한다. 이것도 내 복(福)이라 여기고 겸허히 받아들이려고 한다. 아버지, 어머니 명복을 비는 추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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