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해사 산사(은빛) 음악회

2023. 9. 26. 09:27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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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10교구 본사, 영천 은해사에서 역대급 산사 음악회가 열린다. 오후 여섯 시 삼십 분 시작이지만 혼잡을 예상해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세 시에 도착했는데도 공연장엔 빈자리가 없다. '산사 노래자랑'이 진행 중이기도 했고, 트로트 가수 이찬원 팬들이 오전부터 와서 청중석을 반 이상이나 차지한 것이다. 하는 수 없이 무대가 내려다보이는 기슭에 골판지를 깔고 자리를 잡았다. 나뭇가지가 시야를 가리고 무대가 가물거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세 시간 반을 기다리는 동안 앉은 자리도 명당이 될 만큼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경찰은 안전선을 치고 사고 방지에 여념이 없다.

음악회는 은해사 창건 1,214주년 기념행사의 하나다. 어제는 개막공연(채미영, 박군, 김영임, 이상해, 분리수거 밴드, 신성, 김연자 順 출연, 장재영 사회)이 열렸고, 오늘은 마지막 행사인 '은빛 음악회'(좋은친구, 우연이, 권미희, 양지원, 홍자, 생동감크루, 박서진, 김태연, 이찬윈 順 출연, 장재영 사회)다. 김영임, 이상해 부부가 청중석에 앉아있다가 사회자의 권유로 무대에 올라 한 곡씩했다.

관광버스가 무려 사오십 대 왔다. 미스터 트롯의 이찬원과 장구의 귀재 박서진을 응원하려고 전국의 찐팬들이 몰려왔다. 이찬원 팬은 분홍색 옷,  박서진 팬은 노란색 옷을 입었다. 아줌마들이 단체로 패션 굿즈를 갖추고 행복해하며 손전등을 흔들며 신들린 듯이 환호하는 모습이 생경했다. 그 광경은 연예인을 쫓아다니는 여고생과 다를 바 없었다. 이처럼 열화 같은 호응으로 트로트 가수의 위상이 높아졌음은 자명하다. 코로나 팬데믹 시절 안방 국민을 위로하며 얻어낸 기적이 아닌가 싶다. 가수 우연이는 공연 중에 후배 가수들이 부럽다고 말했다. 집사람은 김태연이 앙증맞게 말하고 연예인다운 모습을 보여주려는 깜찍함과 또렷한 발음이 마음에 닿았다고 했다. 공통적으로 무대에 선 가수는 앙코르와 메들리로 청중 앞에 오래 머무르고 싶어 했다. 공연은 세 시간 정도 이어져 밤 아홉 시 이십오 분, 막을 내렸다. (2023.9.24.)

분홍색 이찬원 팬은 오전에 좌석을 선점했다.
노란색 박서진 팬들은 오후에 모이기 시작했다.
무대에 선 이찬원의 인기는 놀라웠다.
이찬원을 응원하는 분홍색 물결
개인별로 손전등, 부채, 피켓 등 응원 기구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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