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의 운동회

2023. 9. 16. 15:18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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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운동회를 한다고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손자 녀석이 할머니, 할아버지도 오라고 한다니 아니 갈 수 없다. 아들네가 사는 인근 시까지 가는 동안 녀석의 동그란 얼굴이 차창 밖으로 몇 번이나 비치다 사라졌다. 몸집 없이 방긋 웃는 얼굴만 나타나다니 만화 같았다. 현관에 들어서자 쪼르르 달려와 할머니, 할아버지하고 소리친다. 번쩍 들어 꼭 안고 뺨에 뽀뽀했다. 손자는 만 두 살이다. 못 본 사이에 잘 익은 밤톨이 되었고 말귀도 제법 잘 알아들었다.

어린이집 합동 운동회는 체육관에서 열렸다. 아이들보다 어른이 많았다. 아이 한 명에 어른 두 명이 따라왔으니 당연하다. 우리처럼 네 가족이 따라온 가정도 많이 보였다. 아이들의 밝은 모습을 보니 하나 같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짧은 달리기에 넘어지는 어른이 아이보다 더 많았다. 웃고 즐기는 동안 주인공인 손자는 초대 손님을 놔두고 한동안 며느리 품에 안겨 꿈나라에 빠졌다. 늦게 깬 녀석의 재롱에 푹 빠진다.

자녀가 어릴 때는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회에 함께 가주지 못했다. 나 대신 부모님이 가셨다. 그 당시에는 예사롭게 여겼는데 부모님이 얼마나 기뻐하셨을지 내가 할아버지가 되니 느껴진다. 사랑은 실체가 없다지만,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다. 그래선지 돌아가신 부모님이 생각난다. 당신께서도 나처럼 기뻤을 테다. 나는 오늘 손자만 꼭 안은 게 아니라 먼저 가신 어머니 아버지도 꼭 안는다. 두 분을 이렇게 꽉 안은 건 처음이다. 준아~ 고마워. 사랑해♡ (2023.9.15.)


헤어 스타일이 단발머리 소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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