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산(대덕산)의 임휴사

2023. 9. 6. 09:19여행의 추억

728x90

코앞에 살면서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앞산(대덕산) 임휴사(臨休寺)를 다녀왔다. 앞산 골짝에는 고려 태조 왕건 설화가 내려오는 사찰이 세 곳 있다. 팔공산 전투에서 견훤에게 대패한 왕건이 철군하면서 삼 일 동안 숨어지냈다는 큰골의 은적사(隱跡寺), 안전하게 피신해 돌아갔다는 안지랑골의 안일사(安逸寺) 그리고 잠시 쉬어갔다는 달비골의 임휴사다. 앞산순환도로 남단 끝부분쯤에서 앞산으로 연결된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가면 임휴사에 닿는다. 가는 동안 산에서 내려오는 등산객들과 드문드문 마주쳤다.

도로가 끝나는 곳에 성벽처럼 보이는 거대한 축대가 나타났다. 축대의 위용이 놀랍다. 쌓은 지 오래돼 보이지 않았지만, 군사 요새를 방불케 했다. 축대 아래 공터에 차를 세웠다. 계류의 청량한 물소리가 고막을 터뜨릴듯 하다. 절 앞에 빼빼한 부도 한 기가 외롭다. 고승의 마른 몸매를 연상해 치열했을 그의 고행을 엿보이게 한다. 가지가 풍성한 고목 한 그루가 일주문을 대신하는 임휴사로 발을 들였다. 축대를 쌓아 만든 마당이 깔아놓은 쇄석으로 광장처럼 넓어 보였다. 그 뒤로 높아진 가을 하늘이 그림처럼 펼쳐졌다.

임휴사는 921년(신라 경명왕 5년) 창건했다. 창건 당시 이름은 알 수 없지만, 926년 왕건이 견훤에게 대패한 후 개성으로 철군하면서 이곳에 잠시 쉬어 갔다고 하여 사명이 임휴사로 바뀌었다. 창건 이후 중창이 거듭되었으나 2004.7.12. 새벽, 방화범의 소행으로 대웅전 등 전각이 완전히 불타 버렸다. 현재의 전각들은 2008년 이후 복원해 천년 고찰의 면모를 상실했다. 당우로는 중심 불전인 대웅전을 비롯하여 나한전, 삼성각, 반야당, 요사채 등이 있다. 지금의 임휴사는 관음 기도 도량으로 거듭나고 있다. 마당에 서서 물드는 노을을 바라보다 발길을 돌렸다.

거대한 축대
종형 부도는 당호를 새기지 않았다.
축대를 쌓아 넓혀진 마당
대웅전. 아미타불을 주불로 좌·우에 지장보살과 관음보살을 협시로 두고 있다.
16나한전
승방인 반야당
삼성각 가는 계단
삼성각. 안에 칠성탱화, 산신탱화, 독성탱화를 봉안했다.
서쪽 하늘이 물들기 시작했다.

'여행의 추억'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통도사 극락전 벽화  (2) 2023.09.09
통도사 자장암에서  (1) 2023.09.07
문산월주는 다음을 기약  (0) 2023.09.02
영국 내셔널갤러리 소장 명화전(2)  (0) 2023.08.10
영국 내셔널갤러리 소장 명화전(1)  (1) 2023.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