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산월주는 다음을 기약

2023. 9. 2. 08:33여행의 추억

728x90

오늘은 음력 7월 열엿새. 과거에는 매년 이 날이 되면 다사읍 문산리 강변의 영벽정(映碧亭)에 인근의 선비들이 모여 3일간 먹고 자면서 문산월주(汶山月柱)의 풍류를 즐겼다. '문산월주'란 문산리의 드넓은 낙동강에 기둥처럼 어리는 달그림자를 뜻한다. 아마도 일부 시인 묵객은 신비한 달그림자에 반해 뱃놀이하며 시흥에 취하기도 했을 것 같다. 이태백도 뱃놀이하다가 도도히 오른 흥취가 넘쳐 물에 뛰어들어 세상을 하직했다 하지 않는가.

며칠 전 동호회 선생님들과 문산리 낙동강에 갔다가 강변 풍광에 매혹해 문득 옛 선비들이 즐긴 풍류가 떠올랐다. 상상 속에서 뛰쳐나와 월주를 직접 보고 싶어 달력에 메모해 두었다. 기망(旣望)이 되었지만, 그저께부터 오늘 낮까지 비가 내려 저녁때가 돼도 먹구름이 가시지 않았다. 그래도 월주의 황홀한 경관이 삼삼하게 그려져 헛걸음할 요량으로 문산리로 차를 몰았다.

30번 국도 부곡교에서 문산리로 꺾어 들자, 헤드라이트 불빛마저 삼키려는 어둠이 짙었다. 조심스레 운전해 영벽정 인근에 주차했다. 밤하늘은 구름이 가득해 온전한 둥근달을 보기 어려웠다. 낙동강은 시꺼먼 늪처럼, 블랙홀처럼 침묵을 지켰다. 행여나 구름 틈새로 달님이 나타나실까 봐 가슴 조이며 기다렸으나 예상대로였다. 오늘만 달밤이 아니다. 휘영청 달 밝은 밤을 기약하며 차 시동을 걸었다. (2023.8.31.)

음력 7월 16일(양력 8.31.) 문산리 강변
양력 8.26. 오후, 문산리 강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