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 자장암에서

2023. 9. 7. 08:53여행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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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山門)을 들어서자, 스님이 길가에서 손을 들었다. 차를 세워 모시니 노스님이셨다. 볼일을 마치고 절로 돌아가는 길인데 걷기가 힘에 부치신 거다. "부산에서 오느냐"라고 묻기에 "대구에서 왔다"고 말씀 드렸다. "동화사에 도반이 있다"면서 "통도사는 동화사보다 숲길이 좋다. 잘 왔다"라고 환영해 주셨다. 그러고 보니 도로 양가의 소나무가 울창한 데다 멋쟁이처럼 키가 크고 잘 생겼다. 1주차장까지 모셔드렸다. 별일 아니지만, 왠지 흐뭇했다.

집사람과 통도사를 둘러보고 금개구리가 나온다는 산내 암자인 자장암을 다녀왔다. 자장암은 창건 연대는 알 수 없지만, 통도사 창건주 자장율사가 수도했던 곳으로 전해 온다. 자장암은 1896년 조각한 높이 약 4m의 마애불이 있고 관음전 뒤쪽 암벽의 금와공(金蛙孔)* 이야기가 유명하다.

금개구리가 나온다는 구멍 이야기는 자장율사에 얽힌 설화 같은데, 현재에도 심심찮게 금와(금개구리)가 뉴스가 되고,  본 사람이 있다니 신기하다. 그렇다고 거짓말일 리도 없다. 마침 여러 탐방객이 몰려왔는데 그 중의 딸을 데리고 온 한 아주머니가 직접 본 적이 있다면서 그때 상황을 증언했다. 집사람과 나도 굵은 손가락 크기의 구멍에 눈살을 찌푸려가며  살펴보았지만, 깜깜했다. 그러던 중 암자 봉사자 한 명이 "6년 정도 나타나지 않았는데 올해 4~5월에는 나왔다"고 말했다. 그이 말에 여러 사람 중 아무도 토를 달지 않았다. 나는 긴가민가하면서 솔직히 믿기지 않았다. 불교도인 집사람이 법당에 참배하는 동안, 요사채 마루에 앉아 영축산 뒤로 피어오르는 뭉게구름을 무망하게 바라보다 자리를 떴다. (2023.9.6.)

* 금와공(金蛙孔): 이능화의 『조선불교통사』 하권 '승유어급변화금와(僧遺魚及變化金蛙)' 기록에 의하면 자장율사가 손가락으로 바위에 구멍을 뚫어 금개구리 한 쌍을 살게 하였다는 엄지손가락 굵기의 구멍.

자장앞 입구 108계단
자장암
산내 유일한 마애불로 중앙에 아미타여래불, 좌우로 대세지보살과 관세음보살이 조각되어 있다. 좌측 여백에 1896년에 조성했다는 글이 새겨져 있다.
관음전과 마애불 사이로 들어가면 금와공이 있다.
금와공 / 자장율사가 수도할 때 두 마리 개구리가 물을 혼탁하게 하므로 신통력으로 석벽에 구멍을 뚫고 개구리를 들어가게 했다고 전한다. 현재에도 한 쌍의 개구리는 몸이 청색이고 입이 금색인데, 벌과 나비로도 변신한다고 한다.
금와를 본 아주머니(오른쪽)
금개구리가 벌, 나비로도 변신한다는데... 혹시?
요사채에서 바라본 영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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