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 극락전 벽화

2023. 9. 9. 07:41여행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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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년 전 통도사에 갔다. 그때는 친구들과 조계종 25교구 본사 탐방 여행하느라 시간에 쫓겨 주마간산으로 둘러봤다. 또한 불교에 관해 별다른 지식이 없어 눈에 보이는 대로 사물의 느낌을 받아들인다.

오늘은 집사람과 함께 갔다. 극락전 뒷벽의 벽화, 반야용선도* 앞에 섰다. 인로왕보살*이 망자를 인도해  피안으로 향하는 모습이다. 그림은 입체감을 주려고 벽면에 댄 목재, 중방을 활용해 배의 선체를 그렸다. 화공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놀랍다. 반야용선도의 특징 중의 하나가 인물들이 모두 전방(피안)을 향하는 데 반해 한 사람만이 뒤(사바세계)를 되돌아보는 수수께끼가 숨어 있다. 우리 민족의 정서를 함축하고 있는 듯하다. 벽화는 많은 인물의 형태와 바닷물, 연꽃 등이 사라지거나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색이 벗겨지고 바래졌다. 5년 전보다 마모가 더 심했다. 몇 년 후에는 윤곽조차 남을까 의문이 들었다.

극락전은 1389년(고려 공민왕 18) 처음 지어졌고, 1714년(조선 숙종 40)에 다시 고쳐 지었다. 현재는 경남 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지정 당시 전각뿐만 아니라 벽화도 감안되었을 것이다. 더 훼손돼 사라지기 전에 복원할 방법은 없는지 안타까웠다. 처음처럼 복원한다면 그 또한 보는 이의 마음을 정토로 이끄는 게 아닐까. 피안이 따로 없을 것 같다. (2023.9.6.)

* 반야용선도(般若龍船圖): 미타불과 그 권속이 왕생자를 반야용선에 태워 서방정토로 인도해 가는 모습을 그린 도상이다. 용선은 선수(船首)나 선미(船尾) 혹은 배 전체를 살아있거나 조각한 용의 머리나 꼬리 혹은 용의 전신 모양으로 표현한 것이다. 
* 인로왕보살(引路王菩薩): 망자를 극락으로 인도하는 영혼 세계의 안내자.


통도사 극락전 벽화 반야용선도

극락전 뒷모습

2018.12.5. 탐방 때 벽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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