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9. 14:26ㆍ여행의 추억
배낭여행을 하면서 프라도 미술관*에 갔던 적이 있었다. 오후 6시부터 무료입장할 수 있어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그 시간에 관람했다. 수많은 애호가가 공짜 관람을 하려고 긴 줄이 화단 사이로 고불고불 이어졌었다. 미술관은 규모가 크고 전시품이 방대했다. 눈맛으로 감탄할 수는 있었지만, 감상 수준과 안목이 부족했다. 더군다나 촬영 금지로 훗날 자료를 찾아볼 수 없었다. 수많은 작품을 보긴 했으나 기억나는 작품이 몇 안 돼 다녀왔다고 말하기조차 부끄러운 경험이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에 다녀왔다. 영국과 수교 140주년 기념하여 영국 내셔널 갤러리*에서 소장하고 있는 15~20세기 초까지의 명화 52점을 전시(2023.6.2.~10.9.)하고 있다. 그림에 무뢰한이지만 가끔 감동하는 바가 있어 이번 전시회는 관람하고 싶었다. 오디오 설명을 들을 수 있고 촬영까지 가능하고 무엇보다 우리나라 전문가의 감상평을 인터넷으로 찾아 볼 수 있으므로 상식을 넓힐 기회였다.
전시작품 해설을 오디오로 듣고, 설명문을 읽어가며 감상했어도 눈맛이 앞섰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 좋다듯이 관람객들도 크고 화려한 그림 앞에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 그림 속에는 신화, 성경, 역사, 사회상과 개인적인 사연 등 숨겨진 이야기들이 있었다. 화가의 천재성 없이는 명작이 나올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림에 맞춰진 액자도 놓치지 않고 살펴봐야 할 볼거리였다. 작품을 더욱 빛나게 하는 예술 작품이었다. 그리고 2차대전 당시 처칠 수상이 예술품들을 독일에 빼앗기지 않으려고 폐광산에 숨기는 동영상을 보면서 수많은 문화재을 약탈한 그들의 과거가 떠올라 아이러니했다. 두 번 다시 보기 힘들 유럽의 거장들이 그린 진품 명화을 직접 보아 실로 기뻤다. (2023.8.8.)
* 프라도 미술관(Museo del Prado) : 1819년 페르난도 7세가 역대 왕실의 소장품을 한곳에서 공개하기 위해 세웠다. 개관 당시 311점에 불과했던 전시품은 왕실의 미술품 수집과 귀족들의 기증으로 회화 9,000점, 그 외 작품까지 합치면 30,000점에 이른다. 현재 3,000여 점을 상설 전시한다. 소장 작품은 약탈품이 아닌 오직 수집과 기증에 의한 작품이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미술관과 함께 세계 3대 미술관 중의 하나다.
* 영국 내셔널 갤러리(National Gallery) : 대영 박물관과 함께 1824년 창설된 영국 최대의 미술관 중 하나다. 수장품의 범위는 시대적으로 초기 르네상스에서 19세기 후반에 이르고, 영국뿐만 아니라 각국의 명작품을 골고루 수장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특히 이탈리아·르네상스와 더불어 17세기 네덜란드 회화의 많은 명작품을 수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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