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지장사에 다녀오다

2023. 8. 3. 08:59여행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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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지장사 가는 길은 방짜유기박물관 앞 도로가 끝나는 곳에서 차 한 대 다닐 수 있는 길을 따라 2.5km 정도 올라간다. 시멘트 포장 곳곳이 패이거나 갈라져 있었다. 길이 좁아 차가 마주칠까 염려됐다. 길가 솔숲 사이로 난  S코스 도로가 오솔길처럼 뻗었다. 차를 멈추고 쉬어 가라고 솔숲이 유혹한다. 가벼운 산행할 때 갓바위에서 관봉, 노적봉, 인봉을 거쳐 북지장사로 내려오기도 해 길눈이 익은 곳이다.

대구에서 지장사는 북쪽 팔공산의 북지장사와 남쪽 최정산의 남지장사 두 곳이 있다. 신라 또는 통일신라 시대 창건된 천년 고찰로 축대를 쌓아 놓은 점이 외형상 비슷하나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다. 북지장사가 먼저 창건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확실치는 않다. 창건했다는 시기에는 신라에 불교가 전래*되지 않았다.

넓은 주차장에는 차 한 대가 있었다. 널찍이 떨어져 차를 세워놓고 사찰에 들어갔다. 대웅전이 새로 들어섰으나 바람이 세차게 불면 날아갈 듯한 요사채의 낡은 지붕이 여전히 예전 그대로여서 조금 달라진 듯하고 아닌 듯도 해 보였다.

지장전은 지장보살을 모신 전각이다. 지장보살은 육도*의 중생을 교화하고 구제하는 역할을 한다. 돌로 만든 지장보살[석조지장보살좌상]이 마치 여성처럼 생겼다. 지장보살을 여자로 알고 있는데, 맞는지 모르겠다. 불심이 깊었던 어머니가 생전에 망자를 위해 "장의차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지장보살을 마음속으로 염송해 드리라, 좋은 일이다"라고 한 말씀이 기억났다.

(구) 대웅전으로 사용한 전각은 현판 없이 문이 닫혀 있었다. 문을 열어보니 불상이 모셔져 있었다. (새) 대웅전은 불상도 크고 붉은색 닫집이 만들어져 장식이 화려했다. 석가모니 부처님 몸에서 난다는 자금색 상징이리라. 천장에 뱀처럼 길게 생긴 용이 매달려 있어 특이했다. 나뭇가지인지, 넝쿨로 만든 것인지, 뱀인지, 용인지 한참 쳐다봤다. 대웅전을 나와 음수대에서 채소를 씻고 있는  ㅡ스님은 아니지만 절에 일하는ㅡ 분에게 여쭈었더니 "용은 상상의 동물인데, 발이 있는지 없는지 본 사람이 있습니까"라고 하였다. 우문현답을 들었으면서도 알쏭달쏭했다. 같은 불상을 하나의 절에서 두 전각에 모셔두고 있는 점도 의문이 들었다.

대웅전 마당에 고려 시대 탑으로 추정하고 있는 삼 층 석탑 2기가 동, 서로 나란히 서 있다. 나는 탑을 사랑한다. 천 년을 홀로 제 자리를 지키고 선 탑이 굳건해 우러러보이기까지 한다. 어루만지고 싶을 때도 있다. 손이 닿으면 천 년의 숨결이 나에게로 전달될 것만 같다. 동탑 앞에는 촛불 박스가, 서탑 옆에는 무너질 듯 보이는 요사채가 탑의 품위를 손상하는 것 같다는 철부지 한 생각이 들었다.

날이 너무 덥고, 목이 마른지 배가 고픈지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차 시동을 걸고 에어컨을 높였다. 오솔길 같은 좁은 도로를 곧 벗어나 대로에 나왔다. (2023.8.1.)

* 불교 전래 : 고구려 372년(소수림왕 2), 백제 384년(침류왕 1), 신라 527년(법흥왕 14). ※북지장사 창건은 485년으로 알려져 진위에 의문이 따른다.
* 육도 : 지옥, 아귀, 축생, 수라, 사람, 하늘


입구
쓰러질 것 같은 요사채
지장전(보물)
지장전 석조지장보살좌상(시유형문화재)
현재 현판 없는 (구) 대웅전
(구) 대웅전 법당 불상
현재 대웅전
대웅전 불상. 닫집이 화려하다.
대웅전 천장의 용
동탑과 서탑. 고려 시대 제작 추정 (시유형문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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