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6. 10:53ㆍ일상다반사
'지각생은 계단을 이용한다'라고 학생과 교사가 약속한 규칙이었다. 지각생이 엘레베이터를 타려고 하자 지도 교사가 계단을 이용하라고 말했다. 1분밖에 안 지났다며 고집을 부리더니 밖으로 나갔다. 잠시 뒤 다시 돌아와 교사에게 반말로 항의했다. 그러는 중 그의 아버지가 왔다. 마침내 그 아버지는 ㅡ기분 나빠ㅡ 오늘 수업을 못 받겠다는 지각생 아들의 뜻을 존중해 집으로 데리고 갔다.
저출산의 영향으로 하나뿐인 자식을 왕자처럼 키우는 가정이 는다. 미국 가정에서는 아이들에게 양보를, 중국은 돈벌이를, 일본은 남에게 폐 끼치지 말기를, 우리나라는 '남에게 맞지 말고, 지지 말기'를 가르친다고 한다. 우스갯말이겠지만, 고개를 끄떡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주변을 둘러보면, 어떤 부모들은 자기 아이를 옆집 아이의 취미 학원까지 따라 가게 내몬다. 남들이 다 하니까 자기 애도 빠질 수 없다. 그러지 않으면 내 아이가 진다는 이상한 심리의 발로라고 한다. 요즘 사회는 긍정 요소를 강조하다 보니 고쳐야 할 점을 무시하는 경향이 짙다. 개선할 사항을 말하는 사람은 부정적 인물로 묘사된다. 좋은 점이 차고 넘치는데 왜 하필 나쁜 점을 이야기해 기를 죽이느냐고 따진다. 왜 하필…. 아이들이 어릴 때 부모가 '포모'(FOMO)*로 삐딱선을 타도록 만드는 셈이다.
하나뿐인 자식은 그야말로 더 귀하다. 시나브로 고집불통, 안하무인이 돼 선생님 따위는 안중에 없다. 부모가 달려와 '규정만 따지다가 우리 아이가 잘못되면 어쩔 것이냐? 법에도 예외가 있지 않은가?'라며 버럭해 줄 것을 안다. 경우를 잊고 막무가내로 '지면 안 된다'는 싸움닭 의식이 먼 미래에 더 무서운 결과를 낳을지 모른다.
라떼는 말이야 안 그랬는데…. (2023.8.4.)
* FOMO(Fear of Missing Out) : 자기만 뒤처지거나 소외되는 것 같은 두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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