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7. 25. 09:05ㆍ일상다반사
얼마 전 텃밭 뒤 연못의 연꽃이 활짝 피었다고 지인이 알려주었다. 가봐야지 하면서도 못 갔는데, 마침 채소를 얻으러 간 김에 지인과 함께 못(구천지*) 구경을 갔다.
못은 텃밭에서 200여m, 못가에 서니 한 줄기 바람이 은은한 연향을 쓸어와 코끝을 스쳐 지나갔다. 연꽃이 수면을 빽빽하게 덮었다. 활짝 핀 연꽃들은 꽃잎을 산발했고 어린 꽃봉오리는 곱게 몸 단장을 했다. 약간의 해바라기와 금계국이 못 둑에서 정취를 보탰다. 고산(95.3m) 너머로 비구름이 팔공산 능선을 가린 채 소낙비를 몰고 올 태세다. 연꽃을 감상하며 우레탄으로 정비된 둑길을 천천히 돌았다. 15분 남짓 걸렸다. 예쁜 풍광에 비해 못 이름이 어색했다. 구천지의 구 자가 개 狗자다. 못 이름을 지을 때 개가 지나가는 꿈을 꾸었다나 어쨌다나….
사람들이 대부분 연꽃을 좋아해 연꽃을 심지 않은 못이 드물다. 가까이로는 안심 연꽃단지, 청도 유등지, 경주 종오정, 동궁과 월지. 멀리로는 함안 연꽃테마파크, 무안 회산백련지, 부여 궁암지 등 전국에 이름난 곳이 수두룩하다. 연꽃은 진흙 속에서도 꽃을 피워 사랑받고 신앙으로 신성시되기도 한다. 그래선지 때로는 연꽃을 높여 부른다. 연화 또는 부용이라고도 하고 군자화, 만다라화로 불리기도 한다. 나는 휴대폰에 '수련도'* 사진을 저장해 사시사철 연꽃 풍광을 즐긴다. (2023.7.24.)
* 구천지(狗泉池) : 매호 들판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려고 1945년 착공하여 1947년 준공한 작은 저수지다. 지금은 대규모 택지 개발로 농업용수 공급 기능이 줄어들었다. 2021. 10월 대구 수성구청에서 한국농어촌공사로부터 임대받아 수변 경관을 정비하였다.
* 수련도(19세기 민화) : 비단에 채색, 380×98.5cm,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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