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 서당에 가 보니
2023. 4. 16. 20:03ㆍ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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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수천을 지나 남천의 성동1교까지 산책하러 나갔다. 돌아올 때는 도로를 따라 걷다가 '고산서당' 표지판을 발견하고 찾아가 봤다. 큰길에서 조용한 샛길을 370m쯤 들어가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서당 건립 연도는 불명확하지만, 변함(變咸)과 변호(變頀) 형제가 후진 강학을 위해 고을 선비들과 힘을 모아 고산서당(孤山書堂)을 창건했다. 퇴계 이황 선생과 우복 정경세 선생이 한때 강론한 유서(由緖) 깊은 서당이었다. 그러나 서당에 사당은 있었지만 정작 서당 건물이 없는 빈터여서 의아했다.
서당을 둘러보고 나오는데 진입로 입구에 거주하는 金 할머니(89세)가 "작년 정월에 불이나 서당이 불탔다"라고 말해 주었다. 그리고 "소방서에서 전기 합선은 아닌데 원인은 모른다고 하더라"라면서 그때 정황을 전해 주었다. 서른두 살 때부터 이곳에 살면서 오십칠 년간 서당을 지켜봤다는 金 할머니는 "불탄 서당 기둥이 어마어마하게 굵었고 마루가 엄청 두꺼웠다"라면서 "옛날에는 공부하러 온 젊은 사람들이 그래, 많았다"라며 회상하였다.
문화재는 복원보다 보전이 중요하다. 화재로부터 지켜내자면 관계자의 노력만으로 안 된다. 설마가 큰 사고를 낳기 전에 전 국민의 감시와 협조가 필요하다. 문화재를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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