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장사(壯士)다

2023. 4. 15. 07:08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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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몇 년 전 함께 일했던 형들과 식사했다. 좋은 옷을 입어도 허름하게 보이는 모습은 고작해야 노인에 불과하지만, 이마의 깊은 주름 속에는 과거 찬란했던 청춘이 숨어 있다. 어찌 형들뿐이겠는가, 어느 노인이나 모두 같으리라. 두주불사했던 기개는 돌다리 건너듯 조심스러워졌고, 빠릿빠릿한 언행도 어둔해지고 있다. 무엇이든지 잘 먹고, 화 내지 않으니 지극히 순리로 사는 거다. 사는 날까지 건강만 하시라. 탕탕을 먹으며 덕담이 많이 오갔던 오늘따라 식사에 참여 못한 분들과 타계한 네 분이 그립다.
세월이 장사(壯士)다. (2023.4.14. 밤, 내당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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