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 8. 12:56ㆍ일상다반사

12년 전에 발행된 『기타여 네가 말해다오』. 가객 ‘연우’와 연주자 ‘선화’의 운명적 사랑을 담은 조용호 소설가의 장편소설이다. 여기에는 17곡의 노래가 인용되어 있다. 조용호는 이 노래들이 ‘흐느끼고 숨죽이고 환호하고 포효하는, 하소하고 매달리고 토라지고 달려와 안기는’ 것이라고 했다. 마침내 이 노래들을 모두 찾아 한 곡 한 곡 들으며 소설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빈산〉 높고 낮은 언덕을 오르내릴 때의 가쁜 숨결이 음절과 단어마다 묻어난다. (8쪽)
〈Gracias A La Vida〉 마지막 공연에서 이 노래를 부르며 말했다. ‘이 노래는 바로 여러분의 노래이자 우리 모두의 노래이고 또한 나의 노래입니다. 인생이여 고맙습니다. 인생이여 고맙습니다. (18쪽)
〈오월의 노래〉 용케도 학교 당국의 검열을 통과한 것은 가사가 서정적인 데다 순화된 은유를 사용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25쪽)
〈Vente Anos〉 뿌연 유리창에 비껴드는 석양 속으로 오마라의 노래가 연기처럼 흘러갔다. 눈을 감았다. 트럼펫과 피아노가 늙은 가수의 서정적인 목소리를 배음으로 받쳐 주었다. (66쪽)
〈오동동 타령〉 무엇보다 가사와 가락과 리듬이 아주 흥미롭고 유연하게 연결된다는 점에서 구전 가요 중에서도 명곡이라 할만했다. (73쪽)
〈진도아리랑〉 우리 노래패에서도 단골로 부르던 민요였다. 민요 중에서도 그 신명과 설움이 절묘하게 조화된 명곡 중의 명곡이었다. (74쪽)
〈타향살이〉 할머니는 삐뚤삐뚤한 글씨로 적어주었던 ‘타향살이’ 가사를 속주머니에서 꺼내 종이가 닳도록 홀로 부르고 또 불렀다고 나중에 술회했다. (86쪽)
〈추억의 소야곡〉 아버지의 콧노래를 많이 들어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던 노래가 추억의 소야곡이다. (96쪽)
〈애수의 소야곡〉 아버지는 녹음용 마이크를 들고 사회를 보면서 먼저 한 곡조 뽑았다. (102쪽)
〈흥타령〉 우리는 그녀가 한 대목씩 부르고 나면 그녀의 설움과 비슷하게 따라 불렀다. 민요를 가르치고 배우려면 이렇게 원시적인 방법밖에 없었다. (126쪽)
〈상여소리〉 신명이 넘치는 대목에서부터 한없이 슬프고 비장한 대목, 진양에서 중모리 중중모리 휘모리 자진모리까지 이어지는 장단이 골고루 섞여 있어 민요의 결정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28쪽)
〈마른 잎 다시 살아나〉 분위기는 숙연해졌고 ‘선화’의 막걸리 잔 위로 벚꽃 하나가 날아와 떨어졌다. (136쪽)
〈Maria Va〉 몸집은 절구통처럼 크지만 그 속에서 울려 나오는 소리의 음색은 아주 깊고 뜨거워서 듣는 이들을 단박에 사로 잡아버리거든. (181쪽)
〈20년 전 쯤에〉 세상이 아무리 잿빛이고 엄혹했다지만 그때 우리 노래는 피 끓는 20대였다. 송창식의 ‘이십년 전쯤에’라는 노래를 그때는 그저 가락과 느낌이 좋아 철없이 기타를 퉁기며 노래했었다. (187쪽)
〈만물산야〉 만물이란, 농사일의 끄트머리를 지칭하는 말로 마지막 세 번 김매기를 할 때 들녘에서 부르던 노래다. 해학적이면서 비장한 가사도 가사려니와 노래의 가락이 참으로 깊었다. (200쪽)
* 〈만물산야〉는 음원이 없어 가사를 음미했다.
영감아 영감아 무정한 영감아/ 육칠월 만물에 메뚜기 뒷다리 한티 채어죽은 영감아/ 부귀다남 백년동락 사잤더니/ 나홀로 두고 어디를 갔나 영감아//
여보게 마누라 여보소 마누라 무정한 마누라/ 작년 팔월 추석에 송편 먹다 체어 죽은 마누라/ 우리가 영남에서 건너올 때는 백년동락 사잤더니/ 어디를 갔나 마누라//
영감아 영감아 어디를 갔나 영감아/ 지리산 까마귀 깃발 물어다 놓듯이 날 데려다 놓고/ 쓸쓸한 빈방 안에 독수공방 어찌 살으라고/ 나 홀로 두고 어디를 갔나 영감아//
여보게 마누라 여보소 마누라 어디를 갔나 마누라/ 일 년은 삼백육십 일 하루만 못 봐도 못 사는 마누라/ 북망산천이 어디라구 정을 두고 몸만 가니/ 정도 마저 가져가소 마누라//
* 〈만물산야〉를 유튜브(출처: 유장영, 2021.1.16.)에서 발견하였기에 추가한다.
- 박갑근, 만물산야, 익산목발노래전수관, 1997년.
- 고 박갑근 옹은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1호 익산목발노래의 기능보유자. 만물산야는 마지막 김매기 때 부르던 소리다. 전라도인데도 이 소리는 메나리조로 불리며 가사에 해학과 익살이 담겼다.
〈Manifiesto〉 그의 노래는 카랑카랑한 투사의 선동적인 목소리가 아니라, 사랑을 갈구하는 가늘고 여린 서정적인 음색으로 흐른다. 서정이야말로 구호보다 더 큰 힘을 지니는 법이다. (234쪽)
〈Guitarra dimelo tu〉 지금 내 심정을 가장 적절하게 대변하는 가사다. 그 노래 이렇게 흐른다. (중략) 이 밤은 왜 이다지도 긴지 기타여 네가 말해다오. (270쪽)
Guitarra, Dímelo Tú / Atahualpa Yupanqui Si yo le pregunto al mundo, el mundo me ha de engañar, cada cual cree que no cambia, y que cambian los demás. Y paso las madrugadas, buscando un rayo de luz, ¿ porqué la noche es tan larga ¿. Guitarra, dímelo tú. Los hombres son dioses muertos, de un tiempo ya derrumbao, ni sus sueños se salvaron, sólo la sombra ha quedao. Y paso las madrugadas, buscando un rayo de luz, ¿ porqué la noche es tan larga ¿. Guitarra, dímelo tú. Se vuelve cruda mentira, lo que ayer fue tierna verdad, y hasta la tierra fecunda, se convierte en arenal. Y yo le pregunto al mundo, y el mundo me ha de engañar, cada cual cree que no cambia, y que cambian los demás. Y paso las madrugadas, buscando un rayo de luz, ¿ porqué la noche es tan larga ¿. Guitarra, dímelo tú. |
제 곡조를 못이기는 흘러간 옛사랑의 노래
조용호 첫 장편 ‘기타여 네가 말해다오’“어제는 부드러운 진실이 오늘은 잔혹한 거짓말로 변했네/비옥했던 땅조차 모래땅으로 변하네/난 긴 밤을 지새며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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