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 7. 14:11ㆍ일상다반사
짜장면을 먹고 싶어 반점(飯店)에 갔는데 누군가 짬뽕을 먹고 있으면 그것이 먹고 싶고, 짬뽕을 먹으려다 반대로 짜장면을 먹을 때가 있다. 전시회에 가서는 화가를 부러워하고, 연주회에 가면 음악을 배우지 못한 데서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쉰다. 심지어 전쟁 영화를 보면 군대에 말뚝을 박았더라면 어땠을까 싶을 때도 있다. 누군들 이런 마음이 조금씩 없을까만 나는 좀 심한 것 같다. 이 나이에 이랬다저랬다 아직 변덕이 죽 끓듯 하니 스스로 한심하다.
젊을 때 무엇을 배우려다 포기를 쉽게 했다. 뒷심이 허했던 탓이다. 진작 어느 하나를 더 열심히 파고들고, 귀 기울이고, 사랑했더라면 지금쯤 즐길 낙(樂) 하나라도 있을 텐데. 이제 어쩌랴. 모자라도 분수껏 만족하며 살아야지. 욕심내서는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다.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정현종 시인의 詩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음미하니 최선을 다하지 못한 지난 세월에 후회와 안타까움을 느낀다. 눈앞에 있는 일만 열심히 한 결과, 덕분에 별다른 대과 없이 은퇴했지만, 늘그막엔 무언가 부족하다. 이때가 바로 시작할 때라는 뺀질이 말씀 말고, 들판에 찍힌 희미한 발자국 같은 그런 가르침 어디서 찾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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