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않는 신발은 밑창이 터진다

2022. 11. 25. 12:44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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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친구들이 모여 저녁을 먹었다. 오랜만에 만나니 떠들썩했다. 오랜 친구는 당연히 시끄럽다. 밀린 할 말이 많아서다. 온갖 대화가 공중전 하듯 오갔다. 그중에 하나, 신발에 엮인 추억이 꽃을 피웠다.

친구 a가 신지 않은 새 구두를 b한테 주었다. b는 그 구두를 좋은 자리에 신고 나갔다가 밑창이 터지는 바람에 낭패를 보았다. 이 이야기를 시작으로 너도나도 경험을 말했다. 공초는 '송년의 밤' 행사에 새 구두를 신고 나갔다가 밑창이 빠져 딱하게 됐고, 인산은 며칠 전 안전화를 신었다가 밑창이 떨어졌다. 그것도 두 켤레나. 대평은 구만산 산행할 때 등산화 밑창이 떨어져 산행까지 포기했었다.

이야기의 공통점이 새 신발을 아끼느라 고이 모셔서 놓았다가 낭패를 당한 것이다. 사용하지 않으면 가죽의 기름이 빠지거나 접착제가 굳어져 제 역할을 못 한다. 심지어 사람 살던 집도 오래 비워두면 폭삭 주저앉는다고 한다. 나는 한 번만 신고 벗은 놓은 구두가 여러 켤레다. 낭패를 당하기 전에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단 신발뿐이겠는가. 산길도 오가지 않으면 풀이 무성히 자라 길이 없어진다고 하는데, 인간관계도 장기간 소통하지 않으면 신발 밑창 터지듯 단절되지 않을까.
오늘은 지인들에게 잘 지내는지 안부라도 넣어야겠다. (with: 준형, 자운, 인산, 공초, 수암, 운천, 오강)

* 카타르 2022 H조 1차전, 우루과이 vs 한국, 0 : 0 무승부

밑창이 터져버린 인산의 안전화 / 청도 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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