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행 버스 안에서

2022. 11. 13. 17:49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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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서울 잔치가 있어 혼주 측에서 준비한 버스를 탔다. 밤새 오던 비가 그쳤지만, 잿빛 하늘에 먹구름이 두꺼운 장막을 쳤다. 씽씽 달려가는 차들이 안갯속으로 사라지는 뒷모습을 보니 마치 '라이언 일병' 구하러 가는 듯 결의에 차 보였다. 주변 산에는 떡갈나무들이 황갈색으로 물들어 겨울로 가고 있다. 같은 경치가 연이어져 커튼을 쳤다.

얼마나 지났을까 커튼을 걷으니 어느새 서울이었다. 한강철교가 보였다. 흐린 탓에 회색 도시, 회색 하늘, 드넓은 강폭을 가로지르는 초록색 철교가 인상적이었다. 불현듯 1994.10.21. 발생한 성수대교 붕괴 사고가 떠올랐다.

1. 성수대교와 유람선
성수대교 붕괴 사고가 나고 3일 뒤 1994.10.24. 충주호에서도 유람선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안타까운 두 대형 사고는 국내뿐만 아니라 외신을 타고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때쯤, 독일을 여행하고 귀국한 지인이 있었다. 여행 후기를 듣는 자리에서 지인이 말했다.
"내, 이럴 줄 알았다. 한강에 유람선이 다닐 때부터 교각을 들이박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독일에서 TV로 두 사고 소식을 접한 지인은 유람선이 교각에 부딪혀 다리가 붕괴해 대형 사고가 일어났다고 이해했다.

2. 선녀와 나무꾼.
노처녀 선녀가 시집가고 싶어 옥황상제 몰래 금강산에 내려왔다. 선녀 옷을 벗어 나무꾼이 볼 수 있도록 바위에 펼쳐 놓고 푸른 계곡 물에 몸을 담갔다. 물이 차가워 오들오들 떨렸지만 참았다. 아니나 다를까 나무꾼이 몰래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다. 선녀는 나무꾼이 옷을 빨리 가져가기를 기다렸으나 지켜만 볼뿐 옷을 가져가지 않았다. 추위를 참다못한 선녀가 "옷을 가져가세요." 소리쳤다. 나무꾼이 대답하기를 "저는 도끼 찾으러 왔는데요."

3. 마무리
성수대교 사고 일주일쯤 후 일본에서도 큰 다리가 붕괴하는 사고가 있었다. 피해가 컸지만,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다. 성수대교 붕괴로 한국의 국격이 추락하는 것을 본 일본의 조치라고 했다. 그때 그곳에 출장 다녀온 선배 증언이었다.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는 우리가 모두 아는 스토리다. '금도끼 은도끼'와 '나무꾼과 선녀'가 뒤섞여 있다. 언뜻 생각하면 두 이야기가 하나로 합체된 것을 모를 수 있다. 외국어를 모른다면 '성수대교와 유람선'처럼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지 모를 일이다. 나는 이때 외국어 배워야지 했는데, 아직 그때와 같다. 실행력 없는 인생은 뒤처진다는 걸 잊지 말자.

참, 오늘 결혼한 신부, 신랑의 축복을 빈다.


한강 / 달리는 버스 안에서
축가를 듣는 아름다운 신부 신랑 / 신도림 웨스턴베니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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